
금융당국이 사업 구조가 불투명하고 정산 안정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전자지급결제대행(PG) 업자에 대한 사실상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금융당국은 PG사를 최대 절반로 줄여 감독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업계에 따르면, 금융당국이 지난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을 통해 정산자금 100% 외부 관리와 지급보증·신탁 의무를 강화한 것은 과도하게 늘어난 PG 업자 구조를 정리하고, 실제 결제·정산 역량을 갖춘 사업자를 선별하기 위한 목적으로 전해졌다.
국내 전자금융업 등록 사업자는 총 241개사로, 이 가운데 전자지급결제대행(PG) 라이선스를 보유한 곳은 190개사다. 금융당국은 이들 가운데 실질적으로 PG 본연의 결제·정산 기능을 수행하는 사업자만을 선별해, 관리 대상을 100개 미만 수준으로 압축하고 감독의 질을 높이겠다는 구상으로 알려졌다.
다만 업계에서는 등록된 190개 PG사 가운데 절반 이상이 실제 결제·정산 트래픽이 없는 곳으로 보고 있다. 라이선스는 보유하고 있지만 PG 사업을 영위하지 않는 것이다. PG 등록사가 100개 수준으로 정리될 경우, 실제 결제 트래픽을 발생시키는 PG사는 50~60곳 내외일 가능성이 크다. 실제 금융감독원 내부에서는 PG사 60여개 정도가 감독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적정 규모로 거론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전자금융업 라이선스가 본래 결제·정산 사업을 전제로 한 제도임에도, 일부 기업들은 회사 매각이나 기업가치 제고를 위한 '보유 자산'처럼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결제업계 관계자는 “PG 라이선스를 보유했지만 결제 트래픽이 없는 경우는 회사 매각, 투자 유치 과정에서 몸값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 크다”고 말했다.
전금법 규제를 강화한 것은 이처럼 사업의 진입 장벽을 높여 경쟁력이 부족한 사업자가 자연스럽게 시장 퇴출을 유도하는 것이다. PG 라이선스 보유만으로 회사 매각이나 기업가치를 높이던 관행도 점차 힘을 잃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이 과정에서 실질적인 역량을 갖춘 중소 PG사까지 도태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당장 중소 PG사는 시중은행의 정산자금 신탁상품 가입 문턱이 높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금융당국은 최근 시중은행을 대상으로 PG 정산자금 신탁상품 관련 현장 점검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 PG사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신탁상품이 출시되도록 유도할 전망이다.
중소PG 관계자는 “SGI서울보증 외에는 보증보험 선택지가 없어 가입이 어렵다”며 “신탁 상품은 아직 출시 상품이 부족하고, 수수료를 추가로 내야하니 성실히 사업하는 PG사들이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어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