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디지털 플랫폼과 데이터, 인공지능(AI) 및 온라인 콘텐츠의 공통점은 신기술에 기반해 우리 삶을 편안하고 풍요롭게 해주는 존재라는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나름대로 리스크를 안고 있다. 그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와 입법자가 규제 입법 대상으로 겨냥하고 있는 것들이라는 점도 같다.
신기술에 대한 규제 입법에 대해서는 리스크 관리라는 측면에서 수긍이 가지만, 과도한 규제로 해당 기술에 기반한 산업 발전이 더뎌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 때문에 양 측면 균형이 필수적이고, 균형이 무너지면 대립하는 이해관계자 사이에서 갈등이 발생한다.
입법은 국민의 대표인 의회가 유권자의 의사 총의를 모아가는 과정이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입법 권한을 위임받은 의회가 입법을 한다는 점에서 원칙적으로는 그 자체로서 민주적 정당성을 안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러나 입법 과정에서 다양한 이유로 인해 갈등이 발생할 수 있고, 이 갈등을 잘못 해결할 경우 공정성 문제가 야기될 수 있다.
입법 단계에서 공정성 조정은 크게 두 가지 맥락으로 나눠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입법의 내용 자체가 갈등을 양산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 이를 최대한 억제하는 방향으로 규율의 내용을 구성했는지 검토하는 것이다. 정보기술(IT) 산업 규제 근거가 되는 법률 내용 자체가 갈등을 유발하는 요인을 담고 있고, 그 갈등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해당 사업 추진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얻을 수 있는 사회경제적 편익보다 크다면 입법 자체가 타당하지 않은 것이라는 잠정적인 결론을 내릴 수 있다.
두 번째는 입법으로 달성하려는 목적을 이루는 과정을 해당 법률이 규율할 때, 관련한 절차와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안으로 구성했는지 평가하는 것이다. 규제의 근거 법률은 필연적으로 갈등 요인을 담고 있기 때문에, 그 갈등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사전에 억제할 수단을 갖추고 있는지가 중요하다. 이러한 수단을 적절히 갖추고 있지 않은 법률안에 대해서는 타당성이 떨어진다고 평가할 수 있다.
신규 규제 입법 시 갈등을 최소화하고 규제로 인한 사회적 부편익과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제도를 설계하는 일로 입법영향평가라는 수단을 생각할 수 있다. 물론 의회 밖에서 입법평가를 전면적으로 거치게 하는 것은 의회제도에 대한 침해가 되기 때문에 의회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와 수단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단순히 추상적인 입법평가가 이 목적을 달성하고 사회 공정성을 실현할 수 있으리라고는 기대하기 어렵다. 이를 보다 견고하게 제도화하고 실천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과제를 이행해야 한다.
먼저 입법평가 수행기관이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입법학 차원뿐만 아니라 입법의 내용에 해당하는 정책 분야에 대한 전문지식 역시 입법평가 과정에서 동원할 필요가 있다. 자문 구조를 마련하거나, 기관 내에 전문가들을 채용할 필요가 있다. 정성적인 영향평가만으로는 입법평가를 실질화하기 어렵다. 입법상의 조치에서 발생하는 사회경제적 비용과 입법을 통해 달성할 수 있는 사회경제적 편익을 정량적으로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단, 모든 영역에서 사회경제적인 타당성 자체를 입법의 정당성과 그대로 연결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민주적 정당성은 반드시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성만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헌법적인 가치를 지키는 데에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정책결정과 입법평가 관계 설정 역시 적절하게 이뤄져야 한다. 입법평가를 입법이 지향하는 정책 타당성에 대한 평가 수단으로 활용하면 민주적 정당성에 위해가 될 수 있다.
선지원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sunji1@hanyang.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