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선, 자민당 316석 '압승'... 개헌선 돌파·다카이치 장기집권 시동

미소 짓는 다카이치 총리. 사진=연합뉴스
미소 짓는 다카이치 총리. 사진=연합뉴스

일본 집권 자민당이 8일 실시된 중의원 선거(총선)에서 역대 최다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다. 개헌안 발의선인 3분의 2 의석을 단독으로 넘기면서 향후 정국 주도권을 확고히 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교도통신과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이끄는 자민당은 전체 465석 가운데 316석을 차지했다. 이는 개헌안 발의선인 310석을 웃도는 수치로, 기존 의석수 198석보다 128석 늘어난 것이다.

자민당이 중의원에서 300석을 넘긴 것은 1986년 나카소네 야스히로 정권 당시 304석 이후 처음이다. 아베 신조 전 총리 집권기에도 총선 대승이 이어졌지만 자민당이 300석을 돌파하지는 못했다. 일본 언론은 단일 정당이 전후 중의원에서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전했다.

중의원 의석 3분의 2 이상을 확보하면 참의원에서 부결된 법안도 재의결할 수 있어 입법 과정에서 여당의 영향력이 크게 강화된다.

연정 파트너인 일본유신회도 의석을 기존 34석에서 36석으로 늘렸다. 여당 전체 의석수는 352석으로 전체의 75%를 넘겼다.

반면 기존 167석이던 최대 야당 중도개혁 연합은 49석 확보에 그치며 크게 후퇴했다.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총선 직전 결성한 이 연합은 지역구 289곳 중 7곳에서만 승리했다. 노다 요시히코 공동대표는 책임을 지고 사임 의사를 밝혔다.

국민민주당은 28석으로 기존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했다. 참정당은 15석, 신생 정당 팀미라이는 11석을 얻었다.

이번 선거 승리의 배경으로는 다카이치 총리의 높은 개인 지지율과 적극적인 전국 유세가 꼽힌다. 다카이치 총리는 조기 해산 결정 당시 부정적 여론이 있었으나 '강한 일본'을 내세운 유세를 통해 판세를 뒤집었다. 유세 기간 이동 거리는 1만2000㎞를 넘은 것으로 집계됐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승리로 당내 장악력도 강화하게 됐다. 향후 적극 재정 기조의 경제 정책과 보수 성향 안보 정책을 본격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방위력 강화, 무기 수출 규제 완화, 국가정보국 창설, 국기 훼손죄 제정 등 기존에 의지를 보여온 정책들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헌법 9조 개정을 통한 안보 체제 개편 가능성도 거론된다.

총선 결과 자민당과 유신회, 국민민주당, 참정당 등 개헌에 우호적인 세력의 의석수는 395석으로 발의선 기준을 크게 웃돌았다. 다만 개헌안 발의를 위해서는 참의원에서도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해 단기간 내 추진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다음 참의원 선거는 2028년 여름에 예정돼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방송 인터뷰에서 개헌 문제에 대해서는 직접 언급하지 않고 “경제·재정 정책의 대전환을 평가받고 싶었다”며 새 내각에서도 각료를 대부분 유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번 총선 투표율은 56.26%로 집계됐다. 직전 총선보다 소폭 상승했지만 전후 기준으로는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한파와 강설 예보 영향으로 사전 투표자는 2701만명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일본에서 2월에 총선이 치러진 것은 36년 만이다.

김명선기자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