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 호텔 객실에 몰래 설치한 카메라로 투숙객의 사생활을 실시간으로 촬영한 뒤 이를 유료로 중계·유통하는 불법 산업의 실체가 영국 BBC 조사로 드러났다.
6일(현지시간) BBC는 중국에서 불법 촬영과 영상 유통이 법적으로 금지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텔레그램 등 메신저와 특정 웹 플랫폼을 중심으로 조직적인 범죄가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 출신의 한 남성은 2023년 소셜미디어를 둘러보던 중 자신과 연인이 중국 선전의 한 호텔 객실에서 촬영된 영상을 발견했다. 두 사람이 묵었던 객실 침실에는 소형 카메라가 은밀히 설치돼 있었고, 해당 장면은 수천 명이 참여하는 온라인 채널을 통해 공유되고 있었다. 사실을 인지한 뒤 연인은 심각한 정신적 충격을 받았으며, 두 사람 모두 오랜 기간 정상적인 생활에 어려움을 겪었다.
BBC는 약 1년 반에 걸친 취재를 통해 텔레그램에서 홍보되는 최소 6개의 불법 영상 유통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을 확인했다.
이들 운영자는 중국 전역 180곳이 넘는 호텔 객실에 카메라를 설치해 운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BBC가 관찰한 한 플랫폼에서는 7개월 동안 최소 54대의 카메라가 순환 방식으로 가동되고 있었다.
객실 투숙객이 전등이나 전원을 켜는 순간 촬영이 시작됐고, 실시간 영상은 저장된 뒤 다시 유료 콘텐츠로 판매됐다.
취재진은 중국 정저우의 한 숙소에서 환기구 안쪽에 숨겨진 카메라를 직접 확인했다. 시중에 판매되는 불법 촬영 탐지 장비로는 해당 장치를 찾아내지 못했다.
카메라가 철거되자 텔레그램 채널에는 즉각 관련 공지가 올라왔고, 운영진은 다른 호텔에 대체 장비를 설치했다고 알렸다.
BBC는 'AKA'라는 별칭으로 활동하는 중간 유통책이 지난해 4월 이후 최소 22만 달러(약 3억2300만원) 상당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추정했다.
중국 당국은 2024년부터 호텔을 대상으로 정기적인 점검을 의무화하는 규정을 도입했지만, 불법 촬영 범죄는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홍콩 최초의 성폭력 위기 대응 비영리 단체인 레인릴리의 블루 리는 “피해 영상 삭제 요청이 급증하고 있지만 텔레그램 측이 응답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대응이 어렵다”고 말했다.
BBC의 문제 제기 이후 텔레그램은 비동의 음란물 유포가 서비스 약관 위반에 해당한다며 관리 강화를 약속했지만, 일부 실시간 중계 사이트는 여전히 운영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전문가들은 플랫폼의 책임 강화와 보다 실효성 있는 단속, 피해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