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잡한 배달 생태계 이해관계에 정치적 주목도 떨어지며 전체회의도 못해
그 사이 입법규제만 수두룩…‘선명성 경쟁’으로 변질 우려
전문가 “입법규제보다 시장 친화적 보완책 내놓아야”

더불어민주당이 배달 수수료 완화를 목표로 출범시킨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가 출범 1년 가까이 결론을 내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대신 배달앱 규제 입법이 쏟아지고 있어 전문가들은 성급한 입법규제보다 사회적 대화를 통한 상생 모델 논의를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 배달 플랫폼 수수료 완화와 라이더 처우 개선을 위해 구성한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는 사실상 논의가 정체된 상태다. 국회가 배달 수수료 상한제를 골자로 한 입법 논의에 집중한 데다, 최근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건으로 국회 관심이 분산되면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전체 회의는 잘 개최하지 못하고 (이강일 의원실에서)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하는 수준에서 운영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배달앱 사회적 대화기구는 배달 플랫폼 수수료 완화와 라이더 처우 개선 등을 논의하기 위해 출범한 협의체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 시절 추진된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차등 수수료 기반 요금제 도입에 그친 '반쪽짜리 합의'라고 지적하면서 새 상생 방안이 필요하다는 취지로 지난해 2월 이 기구를 출범시켰다. 지난해 6월 배달의민족(배민)이 입점업체 단체와 1만원 이하 소액 주문에 대해 배달비를 면제하는 내용을 담은 중간 합의문을 발표한 후 추가 상생안은 도출되지 않았다. 기구 출범 후 약 4개월 만에 상생안을 마련했던 기존 상생협의체와 비교하면 논의 진척 속도가 현저히 느리다.
민주당은 지난해 9월 이후 사회적 대화기구 내 중재보다는 배달 수수료 상한제 입법을 추진했다. 지난해 9월 김원이·송재봉 민주당 의원의 '소상공인 보호 및 지원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시작으로, 같은 해 10월 이강일 의원의 '배달플랫폼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안', 12월 김남근 의원의 '음식배달플랫폼 서비스 이용료 등에 관한 법률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업계에서는 이를 당 차원의 일관된 정책 추진이라기보다 개별 의원들이 배달 수수료 이슈를 선점하기 위한 '선명성 경쟁'에 가깝다고 보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지난해 하반기 주병기 위원장 취임 이후 배달 수수료 상한제 입법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상생 논의 분위기가 약화됐다. 최근에는 이강일 의원과 김남근 의원 등이 '쿠팡 바로잡기 태스크포스(TF)' 활동에 집중하면서 배달 수수료 논의 자체가 후순위로 밀렸다는 평가도 나온다. 민주당이 배달 수수료 문제를 지속적인 정책 과제라기보다 정치적 관심을 끌기 위한 이슈로 다루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는 이유다.
전문가는 민주당이 성급한 입법 규제 보다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한 중재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충분한 실증 분석과 영향 평가 없이 정치 일정에 맞춘 입법 규제는 시장 왜곡과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성희 호서대 교수는 “사회적 대화기구가 1년째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배달 플랫폼 생태계의 이해관계가 그만큼 복잡하다는 점을 보여준다”면서 “플랫폼의 자율적인 상생 모델을 유도하되 소상공인 직접 지원이나 소액 주문 수수료 감면과 같은 시장 친화적 보완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