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라인플랫폼을 상생협력법 적용 대상에 포함해 중소벤처기업부가 수수료 등을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이 발의됐다. 플랫폼·이커머스 업계는 즉각 반발하며 '제2의 온라인플랫폼법'이 될 것이라고 우려를 쏟아냈다. 진흥 부처인 중소벤처기업부가 수수료·정산기한 등을 실태조사하고 불공정거래행위 여부를 판단해 조치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고 기업 영업비밀 침해, 부처 간 권한 중복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송재봉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은 국내 소비자와 입점업체를 중개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대상으로 실태조사와 상생 수준 평가, 갈등 조정, 입점업체 지원 체계를 마련하는 내용을 담았다. 상생협력법 적용 대상을 기존 수·위탁 거래에서 온라인 플랫폼과 온라인 플랫폼 서비스까지 확대한 것이 골자다.
송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 개정안은 플랫폼과 입점 업체가 자율적인 상생협력을 확대하도록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이라고 개정안 취지에 대해 설명했다.
이에 플랫폼 업계와 전문가는 기업의 영업비밀을 침해하거나 부처 간 권한 중복을 초래할 수 있는 조항이 반영될 수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개정안에 따르면 중기부 장관은 온라인 플랫폼 수수료와 판매대금 정산기한, 입점업체에 대한 불공정거래행위 여부 등을 조사해 공개할 수 있다. 조사 결과 불공정거래행위가 확인되면 공정거래위원회에 필요한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조항이 기업의 영업비밀 공개를 사실상 강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구체적으로 시행령이 나와야 알겠지만 현행 규제와 겹쳐 이중규제가 되거나, 영업비밀에 대한 공개를 강제하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면서 “수수료 불공정행위를 보겠다는 것은 가격에 대해서 평가하겠다는 것인지, 원가를 들여다본다는 것인지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이번 개정안이 사실상 '제2의 온라인플랫폼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미국 정부의 반대로 온라인 플랫폼 거래질서를 규율하는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 제정이 지연되는 상황에서 중기부 주도 상생협력법으로 유사한 규제를 우회 도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다.
법안 적용 대상이 넓다는 우려도 있다. 단순히 네이버, 쿠팡, 배달의민족 같은 온라인 플랫폼뿐만 아니라 온라인 거래를 수행하는 상당수 대기업도 대상에 포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다른 관계자는 “개정안이 온라인 통신판매업이나 통신판매중개업을 하는 전체를 대상으로 한다면 단순히 플랫폼의 문제를 넘어설 수 있다”면서 “사실상 대기업 전체가 (법안 대상에) 들어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진흥 부처인 중기부가 불공정거래행위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쟁점이 될 전망이다. 기존 공정거래법에 따른 공정위의 조사·제재 기능과 중복될 수 있고, 중기부가 플랫폼 거래의 위법성을 판단할 전문성과 권한을 갖췄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의견이다.
주진열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구조적으로 판매자 보호 관점에 치우칠 수 있는 중기부가 위반 여부를 사실상 선행 판단하고, 공정위에 조치를 요구하는 것은 기관 간 역할분담과 법 집행의 중립성을 훼손할 수 있다”면서 “특히 조사결과 공개는 평판제재로 작동해 공정거래법 위반이 확정되기 전에 특정 플랫폼을 불공정한 사업자로 낙인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변상근 기자 sgbyu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