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의 출산율 하락이 한국보다 더 가파르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젊은 세대 사이에서 이른바 '인형 육아'가 확산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10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Z세대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인형 육아' 현상을 집중 조명했다.
매체는 “중국의 젊은 여성들 사이에서 솜인형을 친자식처럼 키우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출산과 육아에 따르는 부담 없이 모성 경험을 대체하려는 새로운 생활 방식”이라고 분석했다. 이 문화는 단순한 장난이나 취미 수준을 넘어섰다. 인형을 '돌보는' 이들은 생일을 기념해 고급 식당을 예약하거나 값비싼 원단으로 제작된 옷을 구매하고, 휴가철에는 인형과 함께 여행을 떠나기도 한다.
SCMP에 따르면 이러한 흐름은 2023년 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을 계기로 급속히 알려졌다. 한 여성이 솜인형을 안고 중국의 유명 훠궈 체인점을 찾았다가 '인형용 유아 의자'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는 사연이었다. 그는 “고객 응대가 뛰어나기로 유명한 식당이 내 인형을 위한 물 한 잔이나 생일 축하 노래는 제공하지 않았다”며 “솜인형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차별받는 기분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찬반 논쟁을 불러왔고, 이후 거리나 상점에서 인형을 들고 다니는 젊은 층이 눈에 띄게 늘었다. 이들은 스스로를 '인형 엄마'라고 부르며 주문한 인형이 도착하기까지의 기간을 '임신'에 빗대 표현한다. 인형에게 옷을 입히고 메이크업을 하거나 가발로 스타일을 바꾸고 함께 외출하는 모습도 흔하다.

인기 있는 솜인형의 가격은 대체로 40~100위안(약 8000원~2만원) 선이지만, 실제 지출의 핵심은 액세서리에 있다. 의상, 신발, 가발, 각종 소품 등에 쓰이는 비용이 수십만 원을 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매체는 중국 인형 관련 시장 규모가 2023년 기준 14억 달러(약 2조원)를 넘어섰으며, 2016년 이후 연평균 11%의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전했다.
이 같은 현상은 중국의 심각한 인구 감소 문제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의 인구 전문가 량중탕은 대만 중앙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합계출산율은 2024년 기준 0.7명 수준까지 하락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일본은 물론 한국보다도 낮은 수치”라고 진단했다. 중국 국가통계국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체 인구는 전년 대비 339만명 줄어든 14억489만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는 2022년 이후 가장 큰 감소 폭이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