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상자산 시장에 극단적 공포 심리가 확산하는 가운데 비트코인 가격 급락과 함께 대형 투자은행의 목표가 하향 조정이 이어지며 추가 하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자금 이탈과 거시경제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시장 전반에 매도 압력이 확대되는 양상이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스탠다드차타드(SC)의 제프리 켄드릭 디지털자산 리서치 책임자는 최신 보고서에서 비트코인의 2026년 연말 목표 가격을 기존 1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33% 하향 조정했다. SC는 불과 3개월 전에도 목표가를 30만달러에서 15만달러로 낮춘 바 있어 연속 하향 조정이 이뤄진 셈이다.
코인마켓캡 집계 기준 비트코인은 이날 전일 대비 2%대 하락한 6만5천달러대에서 거래됐다. 이더리움도 1천900달러 선으로 밀리며 2천달러선을 내줬다. 투자 심리를 나타내는 공포·탐욕 지수는 8을 기록해 '극단적 공포' 구간에 진입했다.
SC는 보고서에서 시장 하락의 핵심 요인으로 거시경제 환경과 ETF 자금 유출을 지목했다. 미국 경기 둔화 신호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약화되면서 위험자산 선호 심리가 위축됐다는 분석이다. 켄드릭 책임자는 비트코인이 반등에 나서기 전 5만달러선까지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진단했다.
현물 ETF에서의 자금 이탈도 하방 압력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미국 상장 비트코인 현물 ETF에서 약 8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순유출됐다. 보고서는 ETF 투자자의 평균 매수 단가가 약 9만달러 수준으로 추정된다며, 현재 가격대에서 손실 구간에 놓인 투자자가 많아 매도 물량이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전체 규모도 크게 위축됐다.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지난해 10월 고점 대비 약 2조달러 감소한 상태다. 비트코인은 최근 주요 주가지수 상승률에도 못 미치며 위험자산 성격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이더리움에 대한 전망도 하향 조정됐다. SC는 이더리움의 2026년 연말 목표가를 기존 7천500달러에서 4천달러로 낮췄다. 단기적으로는 1천400달러선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김명선기자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