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지역 풍력발전기도 ?' 커지는 주민 불안… '노후 설비 안전점검 제도화' 서둘러야

국내 풍력 1세대 '설계수명 20년' 만료 기점 약 200기 달해… 노후 설비 급증세

지난 2일 경북 영덕 풍력발전 단지에서 발생한 풍력발전기 '꺾임 사고'로 전국의 풍력단지 인근 주민들의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국내 재생에너지 산업이 양적 팽창을 넘어 기존 설비에 대한 '질적 관리'와 '안전의 제도화' 단계로 진입해야 함을 알리는 경고음이다.

◇ 20년 넘은 '노후 발전기' 속출… '안전 절벽' 앞에 선 풍력 단지

사고가 발생한 발전기는 2005년 준공되어 올해로 설계수명 20년을 경과한 노후 설비다. 문제는 이처럼 '수명 만료' 시점에 도달한 풍력발전기가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풍력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2026년 현재 국내에 설치된 풍력발전기 중 가동한 지 15년이 넘은 설비는 약 200기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2030년까지 설계수명 20년이 도달하는 풍력발전기가 전체 설치 기수의 용량의 25%에 육박하는 것이다. 노후 설비의 비중이 '관리 가능한 수준'을 넘어 국가적 안전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 “이상 없음” 판정 뒤 사고… 기존 점검의 한계 드러나

영덕 사고 발전기는 사고 이전 실시된 안전 점검에서 '이상 없음' 판정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점검을 통과한 설비에서 중대한 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은 현재 운용 중인 점검 방식이 노후 설비의 잠재적 위험을 충분히 걸러내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풍력발전기는 거대 회전체와 고층 구조물이 결합된 특성상 가동 시간이 누적될수록 결합부와 타워에 피로도가 쌓인다. 특히 20년 전 도입된 초기 모델들은 최신 설비에 비해 내구성 설계 기준이 낮고, 블레이드 내부 균열이나 타워 연결부의 미세 피로 결함은 육안 중심의 일반 점검으로는 확인이 거의 불가능한 '사각지대'다. 현재 우리나라는 수명 만료 설비에 대한 구체적인 관리 가이드라인이 부족해, 점검의 깊이가 현장 요원의 경험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 노후 설비 안전 점검, '제도화' 시급

전문가들은 노후 풍력 설비에 대한 정밀 안전 점검을 제도적으로 정착시키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한다. 단순한 규제 강화보다는 과학적 진단을 통해 보수·교체 시점을 판단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국과 북유럽 국가들은 풍력발전기를 특수 구조물로 분류하고, 일정 주기마다 고정밀 점검 결과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다.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운영 허가를 제한하는 제도도 운용 중이다. 설비 수명 전반을 관리 대상으로 삼는 접근 방식이다.

풍력업계 관계자는 “풍력 산업이 지역 사회와 공존하기 위해서는 퇴역을 앞둔 노후 설비에 대한 안전 관리 체계를 먼저 정비해야 한다”며 “노후 설비에 대한 점검 기준을 명확히 하고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 장치가 마련될 때, 재생에너지는 사회적 신뢰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