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플랫폼톡]정부지원 생리대 '가격과 품질' 모두 잡으려면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대통령의 거듭된 언급으로 생리대를 향한 관심이 뜨겁다. 이어 성평등가족부가 내부회의를 열고 현물 제공, 이용권 지원, 위탁 생산 등 여러 방안을 폭넓게 살펴보고 있다는 기사가 보도되면서 생리대 무상 지원이 현실화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여론은 적정 수준의 '가격'과 불안 없이 쓸 수 있는 '품질'이 양립할 수 없음을 인정하고, 둘 사이를 저울질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생리대에 있어 가격과 품질은 서로 양보할 수 없다. 두 가치 모두 중요하다. 필자도 이를 다 놓칠 수 없어 생리대를 직접 만들고 사업까지 하게 됐다.

2016년 유기농 생리대를 생산하려 공장에 문을 두드릴 때 '비싸서 시장성이 없다'는 답변을 수없이 들었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고 기획한 수준의 품질을 맞춰냈다. 유기농 생리대를 시중의 이른바 프리미엄 생리대들의 절반 가격으로 공급해왔다.

방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먼저, 품질은 최적을 벗어나지 않는다. 생리대의 본질은 흡수력과 편안함이다. 기능을 제대로 해내면서도 불편함 없이 쓸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수많은 제품이 생리대의 기본에 문제를 제기한다. 닿는 면뿐만 아니라 전체가 유기농이어야 한다, 흡수체가 문제다, 표백은 무조건 위험하다, 이런 주장은 곧 비싼, 새로운, 혹은 반드시 필요하지 않은 재료를 더하는 방식으로 이어지고, 가격은 당연히 올라간다.

안전하고 흡수력 좋은 생리대,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최적의 품질을 지키기는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소비자의 관심을 얻기 위해 광고 및 마케팅 키워드를 고민하다 보면 고급화, 부가재료를 고민하기 마련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걱정 없이 쓸 수 있는 흡수 잘 하는 생리대'를 만든다는 기조를 고집했지만, '그래서 뭐가 특별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난감하기도 했다. 특별한 것보다 어려운 것이 최선의 기본을 지키는 일이지 않나 생각하게 된다.

가격 보장은 원재료 절감이 아닌 유통 구조 혁신으로 꾀했다. 필자는 '국내 최초 유기농 생리대 정기구독 서비스'로 사업을 시작했다. 중간유통 단계 없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고 제품을 판매하는 소비자직접거래(D2C)로 구매자의 부담을 덜었다. 또, 구독 방식은 수요와 공급을 예측하고, 보관 및 물류 등 운영 비용을 효율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 과정에서 매달 정해진 일자가 아닌 여성 개인의 월경주기에 맞춰 생리대를 발송하는 기술 서비스 특허도 출원했다.

현재 정부는 160억원의 생리대 바우처로 약 23만명을 지원하고 있다. 최적 제품과 혁신 유통 모델을 적용하면 같은 예산으로 약 50만명에게 유기농 생리대를 제공할 수 있다. 지원 대상은 두 배 가까이 늘리면서 유기농 순면 제품으로 품질도 높게 맞출 수 있는 것이다. 가격이나 품질이냐, 질이냐 양이냐 사이에서 갈팡질팡할 필요가 없다.

보편적 월경권을 보장하면서 국가 예산이 낭비되지 않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대통령의 문제 제기는 타당하게 다가온다.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고 싶어 10년 동안 치열하게 움직여 온 입장으로서 솔직히 반갑기까지 하다. 관건은 방법이다. 현 정책 검토, 수혜자 범위 산정, 제품 확보, 보급 방식 마련까지 고려해야 할 점이 많다.

정부가 홀로 그 짐을 짊어질 필요는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월경권과 생리대 품질에 대한 큰 파도를 겪으며 의식과 기술력을 발전시켜왔다. 민간과 정부의 진정한 공조를 통한다면 생필품의 공산화가 아닌, 혁신적 복지 사례를 만들 수 있으리라 확신한다.

김도진 해피문데이 대표 ceo@happymoon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