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이 욕 알아듣는 이유”… 병아리도 '언어 모양과 소리' 연결 짓는다

뾰족한 모양에 '키키' 둥근 모서리에 '부바'… 부바키키 효과

병아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병아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언어는 달라도 우리는 종종 외국어로 된 욕을 알아듣고는 한다. 이는 욕설이 가지는 '날카로운' 느낌 때문이다. 이렇듯 거센 소리가 가지는 뾰족한 이미지, 부드러운 소리가 가지는 둥근 이미지를, 인간이 아닌 병아리도 구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현지시간) 미국 NPR에 따르면 영국 버밍엄 대학교의 언어학·커뮤니케이션을 전공하는 마커스 펄먼 연구원은 병아리에게 '부바키키 효과'를 테스트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게재했다.

부바키키(Bouba-Kiki) 효과는 독일계 미국인 게슈탈트 심리학 학자 볼프강 쾰러가 1929년 제창한 언어기호학 효과다. 뾰족뾰족한 꼭지점을 가진 물체와 둥글둥글한 모서리를 가진 물체를 제시하고 '부바'와 '키키'를 고르게 하면 대다수가 뾰족한 물체를 '키키'로, 둥근 물체를 '부바'로 고른다는 실험에서 나왔다.

앞선 여러 연구를 통해 생후 4개월 된 아이도 부바와 키키를 구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를 통해 선천적인 연상 작용이 언어의 출현에 기여했을 수 있다는 추측으로 이어졌고, 새로운 기호를 만드는 데 토대가 되어왔다.

과학자들은 이 효과를 동물에게도 적용해봤다. 그러나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침팬지와 고릴라 같은 유인원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이 가운데 이탈리아 파도바 대학교 연구팀은 인간과 멀리 떨어진 동물인 병아리로 실험 대상을 바꿨다.

병아리에게서 부바키키 효과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파도바 대학교
병아리에게서 부바키키 효과를 확인하는 모습. 사진=파도바 대학교

연구진은 생후 3일된 병아리에게 둥근 그림과 뾰족한 그림으로 각각 장식된 판 2개를 주고, 그 뒤에서 먹이를 먹을 수 있다는 것을 학습시켰다. 이후 병아리에게 '부바' 또는 '키키'를 들려주었을 때, 어떤 그림의 뒤에서 먹이를 먹는지 확인하자, 인간과 마찬가지로 둥근 그림을 '부바'와, 뾰족한 그림을 '키키'와 연관시켰다.

이후 태어난지 하루된 병아리에게도 비슷한 실험을 진행했다. 이번에는 두 개의 비디오 화면을 보여주고, 소리에 따라 어떤 그림에 흥미를 느끼는지 관찰했다. 그 결과 병아리는 '키키'를 들려주었을 때 뾰족한 그림으로, '부바'를 들려주었을 때 둥근 그림으로 다가갔다.

연구를 진행한 파도바 대학의 마리아 로콘솔레 연구원은 “병아리가 인간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하지만 병아리도 인간처럼 자양한 종류의 지각을 연결하는 고리를 가졌다는 것”이라며 “우리 종에서는 이러한 연결 고리가 언어로 활용되고 이용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펄먼 연구원은 “진화에 깊이 뿌리내린 현상이다. 조류와 포유류의 조상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이라며 “그래서 흥미롭다. 이는 척추동물의 감각 체계가 세상의 특정 규칙성을 예상하도록 준비되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