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엄마 못 된다더니”… 사망 기증자 자궁 이식받아 아기 낳은 英 여성

영국에서 뇌사 기증자의 자궁을 이식받은 여성이 아이를 낳은 첫 사례가 보고됐다. 사진=가디언
영국에서 뇌사 기증자의 자궁을 이식받은 여성이 아이를 낳은 첫 사례가 보고됐다. 사진=가디언

영국에서 뇌사 기증자의 자궁을 이식받은 여성이 아이를 낳은 첫 사례가 보고됐다.

24일(현지시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켄트에 거주하는 30대 여성 그레이스 벨은 사망자의 자궁을 이식받은 뒤 지난해 12월 아들 휴고를 출산했다.

벨은 국내에서 약 5000명가량이 겪는 MRKH 증후군 환자로, 16세에 임신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 질환은 자궁이 선천적으로 발달하지 않아 생리가 없지만 난소 기능은 유지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2024년 6월 옥스퍼드 처칠 병원에서 10시간에 이르는 이식 수술을 받았고 이후 런던의 리스터 클리닉에서 시험관 시술과 배아 이식을 진행했다.

이번 출산은 영국에서 시행 중인 자궁 이식 임상 연구 10건 가운데 하나로, 지금까지 실시된 세 차례 수술 중 아이가 태어난 경우는 처음이다.

앞서 2025년 초에는 생존 기증자의 자궁을 이식받은 또 다른 여성이 영국에서 출산에 성공한 바 있다. 그는 2023년 자신의 언니로부터 자궁을 기증받았다.

전 세계적으로는 지금까지 100건이 넘는 자궁 이식이 이뤄졌으며 70명 이상의 신생아가 태어난 것으로 집계된다.

그레이스 벨과 아기. 사진-엑스
그레이스 벨과 아기. 사진-엑스

25년 이상 자궁 이식 연구를 이어온 리처드 스미스 교수는 “이번 사례는 자궁이 없는 여성들도 임신과 출산이 가능하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중요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식 수술을 담당한 전문의 이사벨 키로가는 “사망 기증자의 자궁으로 태어난 아기는 유럽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라며 “이번 임상 결과를 통해 자궁 이식이 공식 치료법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판단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영국에서는 자궁 기증이 신장이나 심장과 같은 일반 장기 기증과 달리 자동 동의 체계에 포함되지 않는다. 기존 장기 기증 의사와는 별도로 가족의 추가 확인 절차가 필요하다.

기증자의 부모는 “딸을 떠나보낸 슬픔은 이루 말할 수 없지만, 아이가 남긴 숭고한 선택에 깊은 자부심을 느낀다”고 전했다. 해당 기증자는 자궁을 포함해 5개 장기를 나눴고, 그 덕분에 4명이 새 생명을 얻었다.

벨은 “아들은 우리에게 기적과 같은 존재”라며 “매일 기증자와 유가족을 떠올리며 감사와 기도를 전한다. 기증자의 일부가 아이를 통해 계속 살아 숨 쉬고 있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이원지 기자 news21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