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응급실 뺑뺑이' 첫 메스…호남 3곳 시범 실시

정부가 환자가 적절한 치료를 못 받고 여러 응급실을 전전하는 고질적인 '응급실 뺑뺑이' 문제 해결에 나선다. 관계 부처가 응급환자 정보와 지역 내 수용 가능한 병원 정보를 공유하고, 중증도에 따른 기준을 명확히 해 이송 속도를 높이기로 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설명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소방청은 다음 달부터 3개월간 광주광역시, 전북특별자치도, 전라남도 등 3개 광역자치단체에서 '응급환자 이송 체계 혁신 시범사업'을 실시한다고 25일 밝혔다. 상대적으로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권역에서 응급환자의 신속한 이송과 응급의료 체계 운영 가능성을 타진한다.

이번 시범사업은 의료기관 관리·감독 권한을 가진 복지부와 응급환자 분류를 담당하는 소방청의 이원화된 구조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두 부처는 이번 사업을 위해 '중증도별 이송 체계 혁신안'을 마련했다.

혁신안은 중증 응급환자 발생 시 119구급대가 환자 정보를 광역응급의료상황실(광역상황실)과 119구급상황관리센터(구상센터)에 동시에 전송하도록 규정했다. 광역상황실은 환자 정보를 토대로 적정 병원에 수용 가능 여부를 확인 후 이송 병원을 선정, 현장에 안내한다. 이송이 지연되면 광역상황실에서 우선수용병원을 지정하고, 병원은 환자를 수용해야 한다.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개요(자료=보건복지부)
응급환자 이송체계 혁신 시범사업 개요(자료=보건복지부)

중등증 이하 응급환자는 119구급대가 이송 지침과 병원 의료자원 현황을 확인해 곧바로 이송한다. 이때 환자 상태와 정보는 이송 의료기관에 사전에 공유한다. 수지 접합, 소아, 분만 등 저빈도·고난도 질환은 인근 시·도 의료자원까지 고려해 상황·증상별로 이송할 병원 목록을 정비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119구급대, 병원, 광역상황실, 119구급상황관리센터 등 관계기관 간 정보 공유를 강화한다. 119구급대가 현장에서 파악해야 할 환자 정보 항목을 정비하고, 병원의 중환자실·수술실·의료 자원 현황 정보도 정비해 서로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한다.

지역 상황에 맞는 지침 수립도 핵심 과제다. 복지부는 시·도별 응급환자 이송 지침을 중증도·상황별로 구체적으로 개정하고, 지역 내 병원·구급대·지방자치단체 등 관계기관끼리 합의하도록 해 실효성을 높이기로 했다.

복지부는 운영위원회를 설치해 시범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하고, 이번 혁신안의 전국 확산 가능성을 타진하기로 했다. 운영위원회는 올 하반기에 전국으로 확대할 표준 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정부는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 지정 기준을 보완하고, 권역응급의료센터도 추가 확충하기로 했다. 지역의사제 도입과 공공의대 설립 등을 추진해 지역·필수·공공의료 기반도 강화한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은 “지역사회 특성에 맞는 해결 방안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사회가 논의의 핵심 주체가 돼야 한다”면서 “응급실 미수용 문제 해결을 위해 지역사회, 복지부와 소방청 모두 책임 의식을 가지고 시범사업을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김승룡 소방청장 직무대행은 “중증 응급환자는 무엇보다 골든타임 확보가 필수”라면서 “시범사업은 응급환자를 적정 병원에 빨리 이송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을 찾는 과정이며, 소방은 국민 생명 보호에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지침 마련만으로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응급의학회는 이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고, 응급의료 불안과 우려를 해소하려면 응급의료 분야를 과감히 지원하고 보장성을 강화해야 한다”면서 “형사상 면책, 민사상 손해배상 최고액 제한 같은 법적·제도적 개선도 국회 입법으로 시급히 진행돼야 한다”고 성명을 냈다.

송윤섭 기자 sy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