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만드는 게 진짜 사람들한테 도움이 됐으면 좋겠습니다라는 생각으로 창업했습니다.”
소프트 웨어러블 로봇 전문기업 리보디스를 이끄는 윤성식 대표는 창업의 출발점을 이렇게 설명했다.
윤 대표는 서울대 기계공학부에서 학·석·박사를 마치고 박사후 과정까지 이어오며 웨어러블 로봇 연구를 진행해 왔다. 연구 성과를 논문에 머물게 두기보다 실제 현장에서 쓰이는 기술로 확산시키기 위해 창업을 택했다는 설명이다. 그는 “좋은 로봇을 만들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쓸 거라 생각했지만, 공부할수록 스타트업이 기술을 사회로 연결하는 더 빠른 방식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리보디스는 서울대 기계공학부 조규진 교수가 이끄는 바이오로보틱스 연구실에서 2008년부터 축적해온 소프트 로봇 기술을 기반으로 설립됐다. 유연한 소재와 구조를 활용한 소프트 웨어러블 로봇을 개발하며, 기존 외골격 로봇이 가진 무게감과 이질감을 줄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딱딱한 프레임 대신 유연한 구조를 적용해 옷을 입은 것처럼 얇고 자연스러운 착용감을 구현하는 것이 핵심 방향이다.
윤 대표가 웨어러블 로봇을 선택한 배경에는 고령화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 그는 “학회나 전시장에서 다양한 웨어러블 로봇을 직접 착용해 보면 성능은 이미 일정 수준 올라와 있다”며 “문제는 사람들이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한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전시장에서 '신기하다'는 반응 뒤에 꼭 '안 보이게 못하냐'는 질문이 나온다는 것이다.
윤 대표는 “노인이나 환자들은 기계 의존이 드러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한다”고 말했다. 시선 부담이 웨어러블 시장 확산의 가장 큰 허들이라는 판단이다. 리보디스가 '안 입은 것처럼 보이는 로봇'을 개발 방향으로 삼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보디스는 모터와 제어 시스템 등 구동부는 기존 상용 기술을 활용하되, 신체에 밀착되는 착용부는 최대한 유연하게 구현하고 있다. 윤 대표는 “기계를 더 강하게 만드는 것보다, 기존 기술을 사람들이 부담 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형태로 바꾸는 게 더 중요한 단계”라며 “웨어러블 로봇을 옷처럼 자연스럽게 만드는 것이 핵심 과제”라고 밝혔다. 향후 센서와 제어 기술을 더해 사용자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보조하는 방향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사업화 측면에서도 외부 협력 기반이 마련됐다. 리보디스는 삼성전자의 사외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 'C랩 아웃사이드' 8기에 선정됐다. 제품화 과정에서 필요한 기술·사업 지원을 받으며 상용화 속도를 높인다는 구상이다.
윤 대표는 “눈이 나빠지면 안경을 쓰듯, 근육이 약해지는 것도 자연스럽게 보완할 수 있는 시대를 만들고 싶다”며 “웨어러블 로봇이 그런 변화를 여는 출발점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포부를 전했다.
김명희 기자 noprint@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