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차그룹이 올해부터 전북 새만금 지역에 9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인공지능(AI)·로봇·에너지를 아우르는 혁신성장거점을 구축한다. 이를 통해 완성차 제조업체를 넘어 피지컬 AI와 탄소 중립 시대를 선도하는 '미래기술 기업'으로 도약한다.
현대차그룹은 27일 전북 군산새만금컨벤션센터에서 정부 및 전북특별자치도와 '새만금 로봇·수소 첨단산업 육성 및 AI 수소 시티 조성을 위한 투자협약(MOU)'을 체결했다.
투자는 AI 데이터센터(5조8000억원),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4000억원), 수전해 플랜트(1조원), 태양광 발전(1조3000억원), AI 수소 시티(4000억원) 등으로 구성된다.
AI 데이터센터와 태양광 발전 시설은 2027년 착공해 2029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수전해 플랜트는 2029년 1차 완공 이후 단계적으로 용량을 확대한다. 로봇 제조·부품 클러스터는 2028년 공사에 착수해 이듬해인 2029년 끝마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산업은행과의 국민성장펀드 논의도 추진한다.
전체 투자의 64.4%를 차지하는 AI 데이터센터는 단계적으로 그래픽처리장치(GPU) 5만장급 초대형 연산 능력을 갖추고 소프트웨어중심차(SDV) 개발, 스마트 팩토리 구현에 필요한 데이터를 처리·저장하는 역할을 맡는다. 데이터 인프라에 가장 큰 자본을 투입한 점은 미래 모빌리티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다.
에너지 인프라도 구축한다. 새만금의 풍부한 일조량을 활용해 GW(기가와트)급 태양광 발전 인프라를 조성한다. 2035년까지 GW급 태양광 발전 포트폴리오를 단계적으로 확보해 AI 데이터센터와 수전해 플랜트의 핵심 전력원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1조원을 투입해 200㎿ 규모의 수전해 플랜트도 건설한다. 물을 전기분해해 고순도 청정 수소를 직접 생산하는 시설이다. 수소 충전소 등 인근 공급 인프라도 함께 구축한다. 생산된 수소는 트램과 버스, 수요응답형 교통서비스(DRT) 등 다양한 모빌리티의 에너지원으로 활용한다.
새만금 프로젝트는 AI 데이터센터와 지역 모빌리티를 재생에너지와 청정 수소로 가동하는 구조다. 이는 전력과 수소를 자체 조달하는 자급형 에너지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의미다. 글로벌 탄소중립 기조와 RE100 규제에 대응하는 전략적 모델로 평가된다.
로봇 산업 기반도 조성한다. 연간 3만대 규모의 로봇 완성품 제조 및 파운드리 공장을 건립한다. 현대차그룹의 스마트 물류 체계를 도입하고, 제조 역량이 부족한 중소기업 로봇 제품의 위탁 생산도 맡는다. 이들 인프라를 집약한 'AI 수소 시티'는 새만금 스마트 수변도시 일대 약 200만평 부지에 조성한다.
투자는 지난해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발표한 125조2000억원 규모 국내 중장기 투자 계획 가운데 핵심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7만여명의 고용 창출과 16조원의 경제 유발 효과가 기대되며 정부와 지자체는 투자 안착을 총력으로 뒷받침할 계획이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재명 대통령과 배경훈 부총리 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김의겸 새만금개발청장, 김관영 전북특별자치도 지사 등이 참석했다.
현대차그룹에서는 정의선 회장을 비롯해 장재훈 부회장, 서강현 기획조정담당 사장, 성 김 전략기획담당 사장, 정준철 제조부문 사장, 진은숙 ICT담당 사장 등이 함께했다.
장재훈 현대차그룹 부회장은 “새만금에서 시작되는 차세대 산업 패러다임은 전북을 넘어 대한민국의 미래를 설계하는 대전환 중추가 될 것”이라며 “제조 전문성을 비롯해 로봇, AI, 수소 에너지 역량을 두루 갖춘 현대차그룹은 첨단 산업 생태계 구축에 나설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