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미·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사망한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후계 구도에 자신이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보도된 미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는 베네수엘라에서 델시와 했던 것처럼 그 임명에 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델시는 델시 로드리게스 베네수엘라 임시 대통령을 가리킨 것으로, 그는 니콜라스 마두로 대통령이 미군에 의해 축출될 당시 부통령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로드리게스 임시 대통령의 석유 증산과 정치범 석방 조치를 높이 평가하며 미국과 베네수엘라 관계가 훌륭한 상태라고 언급해 사실상 과도 정부 지도자로 인정한 상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정권이 하메네이의 차남 모즈타바를 후계자로 세울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강하게 반대 입장을 밝혔다. 그는 “그들은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며 “하메네이의 아들은 경량급”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하메네이의 아들은 나에게 받아들일 수 없다”며 “우리는 이란에 조화와 평화를 가져올 인물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이 하메네이의 노선을 그대로 이어갈 지도자를 세울 경우 미국이 “5년 안에 다시 전쟁을 벌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도 모즈타바에 대해 “아버지가 그에게 자리를 물려주지 않은 이유는 무능력하다고 평가받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란 국민과 정권과 협력해 핵무기 없이도 이란을 훌륭하게 건설할 인물이 지도자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뉴욕타임스는 지난 3일 이란 당국자들을 인용해 최고지도자를 선출하는 헌법 기구가 모즈타바를 후계자로 선출하는 방안을 검토했다고 보도했다.
올해 56세인 모즈타바는 아버지의 영향력을 배경으로 이란 정치권에서 막후 실세로 평가받으며 혁명수비대(IRGC)와 정보기관 내에서 영향력이 큰 강경파 인사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 차기 지도부와 관련해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들은 결국 죽음을 맞게 된다”고 언급한 데 이어 “현재 이란 내부에도 더 적합한 인물이 있을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 같은 발언을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강경 반미 노선을 유지할 지도자가 집권할 경우 '참수 작전'과 같은 군사 행동을 반복할 수 있음을 시사하면서 친미 성향의 온건 지도자 등장을 촉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쿠르드족의 이란 공격 가능성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로이터 통신 인터뷰에서 “그들이 그렇게 하려는 것은 훌륭한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나는 전적으로 찬성한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이 쿠르드 세력에 공중 지원 등을 제공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말할 수 없다”고 답했다.
쿠르드족은 이란·이라크·튀르키예·시리아 등 중동 여러 국가에 흩어져 거주하고 있어 이들이 전쟁에 본격적으로 참여할 경우 분쟁이 중동 전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미국은 미군에 무기를 무제한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서 “반면 이란은 해군도 공군도 사실상 사라졌고 공중 감시 능력도 전멸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레이더는 모두 파괴됐고 군대는 초토화됐다”며 “그들에게 남은 것은 용기뿐”이라고 말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쿠바 정권 역시 베네수엘라와 이란 정권에 이어 붕괴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폴리티코 인터뷰에서 “쿠바도 무너질 것”이라며 미국이 베네수엘라에서 쿠바로 향하던 석유 공급을 차단하면서 쿠바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쿠바 정권은 지금 협상을 원하고 있으며 우리는 쿠바와 대화 중”이라고 밝혔다.
김명선기자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