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산과학기술원(UNIST)과 숙명여대, 광주과학기술원(GIST) 공동 연구팀이 리튬인산철(LFP)배터리의 최대 약점인 '짧은 주행거리'를 개선한 전극을 개발했다. LFP배터리는 가격 경쟁력이 높아 전기차 시장을 빠르게 점유해 나가고 있는 배터리다.
개발 주역은 강석주 UNIST 에너지화학공학과 교수팀, 주세훈 숙명여대 교수팀, 이은지 GIST 교수팀이다. 공동 연구팀은 전극 내 '활성물질(활물질)' 함량을 99%까지 끌어올린 LFP배터리 양극 개발에 성공했다.
LFP배터리는 화재 위험이 낮고 가격이 저렴하다. 하지만 용량이 작아 한 번 충전해 달릴 수 있는 거리가 짧다. 전기를 저장하는 LFP 활물질의 전기 전도도가 떨어지는 것이 그 원인 가운데 하나다. 전도도가 떨어지면 전기가 흐르는 길을 깔아주는 도전재를 많이 넣어야 한다. 또 도전재와 활물질 가루를 모아 전극에 고정하는 바인더도 그만큼 많이 투입해야 한다. 결국 동일한 무게의 배터리팩에서 활물질 함량은 낮아지고 그만큼 전기 저장량도 적을 수밖에 없다.
연구팀은 도전재 기능을 갖춘 다기능 바인더 조합 설계로 비활성 물질 함량을 1% 수준까지 낮춰 이 문제를 해결했다.
도전재와 접착제 역할을 할 수 있는 전도성 고분자(PEDOT:PSS) 기반 폴리에틸렌글리콜에 탄소나노튜브(SWCNT)를 첨가한 조합이다. 폴리에틸렌글리콜은 전도성 고분자 사슬을 정렬하고 접착력을 높여주며, 탄소나노튜브는 전기가 흐르는 길을 보강해 준다.

개발 전극은 도전재 함량을 상용 LFP 전극 대비 90% 이상 줄였음에도 우수한 출력 성능을 나타냈다. 8C(정격 용량) 고속 충방전 조건에서 132mAh/g의 높은 용량을 유지했다. 출력은 급가속 같은 상황에서 빠르게 전기를 뽑아 쓰는 힘으로 도전재 함량이 줄면 출력도 떨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상용 음극인 흑연과 결합해도 125mAh/g의 용량을 유지했고 배터리 작동 환경과 유사한 섭씨 60도 고열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했다. 단위 면적당 용량도 3.5mAh 이상으로, 한정된 공간 안에 활물질을 최대한 두껍고 밀도 있게 꽉 채워 주행거리를 늘려야 하는 전기차 배터리에 매우 유리한 특성을 갖췄다.
전극 제조 과정도 친환경적이고 제조 단가도 낮출 수 있다. 기존 바인더는 불소계 물질이어서 이를 녹여 전극판에 바르려면 독성 유기용매를 써야 한다. 독성 물질 회수 설비를 써야하고 이는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강석주 교수는 “전극에 쓰이는 바인더를 다기능 조합으로 설계해 활물질 비중을 크게 높였고, LFP 배터리의 고질적인 용량 문제를 해결했다”라며 “불소계 바인더와 독성 용매를 쓰지 않는 공정이어서 제조 경쟁력도 높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에너지 소재 분야 학술지 '에너지저장물질'에 2월 14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울산=임동식 기자 dsl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