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5년 말 기준으로 다수 보험사는 생성형 AI를 실제 운영 환경 일부에 도입한 상태다. 많은 조직이 문서 요약 도구, 보험금 사고 접수(First Notice of Loss, FNOL) 분류 실험, 서비스 팀용 챗봇, 초기 보험 인수 심사 코파일럿 등 다양한 AI 파일럿을 운영해 왔다. 일부 팀은 현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이를 전사적으로 확장하는 과정에서는 공통된 패턴이 반복됐다. AI가 인사이트를 도출하더라도 실제 후속 작업은 여전히 사람과 기존 자동화 시스템이 대부분 감당해야 했다.
문제는 기술 자체가 아니라 접근 방식에 있었다. 자동화 시스템이나 운영 모델 변화와 연계되지 않은 AI는 전사적으로 뻗어나가기 어렵다. 에이전틱 AI가 단순한 기술 개선을 넘어서는 의미를 갖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AI가 만들어낸 인사이트와 실제 업무 실행 사이의 간극을 메우는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AI 활용 사례가 아니다. 에이전틱 AI가 실제로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가 어디인지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다. 보험사와 브로커 전반에서 특히 세 가지 영역이 두드러진다.
오늘날 보험 업무에서는 여러 단계에서 지연과 혼선이 발생한다. 견적 요청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접수되고, 보험금 사고 접수 자료 역시 불완전한 경우가 많다. 보상 팀은 의미 있는 판단을 내리기 전에는 문서, 사진, 이메일, 제3자 보고서를 취합해 전체 상황을 파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쏟는다. 에이전틱 AI는 이러한 업무 방식 자체를 바꾼다.
접수 단계의 AI 에이전트는 웹 양식, 이메일, 첨부파일 등 여러 경로로 들어온 자료를 정리해 하나의 구조화된 형태로 통합한다. 시스템에 정보를 미리 입력하고, 누락 항목을 표시하며 검토용 견적 초안도 함께 준비한다. 보상 업무 담당 AI 에이전트는 다양한 소스에서 사고 접수 정보를 수집해 사건의 복잡도를 판단하고 필요한 증거를 확보한 뒤 다음 조치를 제안한다. 이 과정에서 보험 가입자에게 상황을 명확히 설명하고 필요한 안내도 함께 제공한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가능성에 그치지 않는다. 에이전틱 AI를 보상 및 고객 서비스 영역에 도입한 보험사들은 처리 시간 단축, 단순 사건의 스트레이트 스루 프로세싱(STP, 전 과정 자동 처리) 비율 증가, 고객 만족도 향상 등의 효과를 실제로 확인하고 있다. 가장 큰 차이는 각 단계에서 수작업으로 업무를 넘기는 절차를 기다리지 않아도 다음 단계가 자동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중개인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사에게 브로커 경험은 사실상 영업의 첫 관문이다. 업무 처리의 편의성은 때로 상품 차이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브로커들은 여전히 데이터를 반복 입력해야 하거나, 응답이 늦고 갱신 절차가 불투명한 현실에 부딪힌다. 에이전틱 AI는 이러한 비효율을 걷어낸다.
AI 에이전트는 이메일 수신함과 포털을 모니터링해 제출 자료를 분류하고, ACORD 인증서와 첨부 파일에서 필요한 데이터를 추출해 보험 인수 심사 담당자가 검토할 1차 요약 자료를 준비한다. 단순 계약 변경이나 서비스 요청을 처음부터 끝까지 자동으로 처리할 수 있다. 복잡한 예외 사례는 관련 맥락 정보와 권장 조치 사항을 함께 정리해 사람이 검토하도록 전달된다.
갱신 업무에서는 에이전트가 몇 주 전부터 필요한 작업을 미리 시작할 수 있다. 실적 데이터를 확인하고 전략 초안을 마련하며, 브로커에게 필요한 정보를 요청해 인수 심사 담당자가 막바지에 서두르는 상황을 예방한다. 결과적으로 응답 속도는 빨라지고 불필요한 반복 소통이 줄어든다. 인수 심사 담당자와 영업 조직은 그 여력을 고객 관계 관리와 고부가가치 계약에 집중하는 데 쓸 수 있다.
세 번째 기회 영역은 고객에게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지만, 재무적으로는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분야다. 많은 조직에서 보더로(Bordereaux) 처리, 위임 권한 관리, 보상 행정, 재무 결산, 규제 보고 등의 업무가 여전히 수작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외주는 비용 절감에 기여했지만, 문서 중심 업무 방식이 고착되고 업무 투명성이 낮아지는 부작용도 낳았다.
AI 에이전트는 보더로 파일을 수집해 분석하고 이상 징후를 포착해 불일치 보고서를 자동으로 생성할 수 있다. 보상 행정 측면에서는 일상적인 후속 업무를 처리하고 여러 재무 시스템 간 정산을 조율해 담당자가 검토할 초안 보고서를 마련한다. 이는 외주 파트너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업무 방식을 다시 설계하는 데 가깝다. 내부 팀과 외주 파트너가 자동화 수준이 높고 업무 흐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환경에서 일하도록 구조를 재정비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손실 요인을 줄이고 통제력을 높이는 동시에, 더 가치 있는 분석 업무에 집중할 여력도 확보된다.
파일럿 단계에서 실제 운영으로 전환되면, 개념 증명 단계에서는 보이지 않던 문제들이 수면 위로 나타난다. IT 리더들은 에이전트의 확장 여부를 좌우하는 배포 속도, 거버넌스 체계, 아키텍처 선택이라는 과제 앞에 서게 된다.
무엇보다 배포 일정이 크게 짧아진다. 이사회는 실험용 데모가 아니라 실제 업무 환경에서 90~180일 안에 성과가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이 일정 안에서 사전 구축과 맞춤형 구축, 클라우드와 온프레미스, 벤더 플랫폼과 내부 오케스트레이션 가운데 어떤 방향을 택할지에 대해 빠르게 결정해야 한다.
가시성(observability)은 선택이 아닌 필수 기반이다. 규제 준수뿐 아니라 에이전트가 예상과 다르게 작동할 때 운영 문제를 분석하기 위해서도, 모든 활동은 기록되고 추적 가능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중에 기능을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라 처음부터 오케스트레이션 계층에 모니터링과 기록 기능을 내재화해야 한다.
오케스트레이션을 직접 구축할지 외부 솔루션을 활용할지도 많은 팀이 과소평가하는 결정이다. 맞춤형 방식으로 구축하면 오류 복구, 상태 관리, 재시도 로직, 모델 버전 관리 등에 지속적인 기술 투자가 뒤따른다. 이는 에이전트를 실제로 배포하거나 비즈니스 성과를 만드는 일과는 직접 연결되지 않는 작업이다. 이부담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으면, 조직은 AI 활용을 넓히기보다 인프라 유지에 더 많은 자원을 쏟는 상황에 빠질 수 있다.
모델 추상화(model abstraction)는 특정 벤더에 종속되는 위험을 막고, 빠르게 진화하는 모델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게 한다. 성공적인 조직은 모델을 교체 가능한 구성 요소로 관리하고, 기반 제공업체가 달라지더라도 동일한 에이전트 인터페이스를 유지한다. 이를 통해 실제 환경에서 모델 성능을 비교하고, 비용이나 성능 변화에 맞춰 모델을 탄력적으로 바꿀 수 있다.
2026년 1분기에 첫 에이전트를 도입한 조직은 3분기 무렵 다음 단계 확장을 준비할 수 있는 운영 인사이트를 손에 쥐게 된다. 반면 도입을 늦춘 조직은 기술뿐 아니라 조직 차원의 학습에서도 뒤처질 수 있다. 무엇이 통하고 무엇이 통하지 않는지, 그리고 AI 네이티브 운영 환경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에 대한 경험이 쌓이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관건은 기술이 아니라 실행이다. 에이전틱 AI를 실제 업무에 적용하고 확장하는 조직이 앞으로 시장의 흐름을 앞서 만들어가게 될 것이다.
형원준 유아이패스 코리아 지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