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 휘말린 우크라…걸프국에 드론 요격기술 전하다 이란 표적됐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사진=젤렌스키 대통령 엑스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왼쪽)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셰이크 무함마드 빈 자이드 알나하얀 아랍에미리트(UAE) 대통령. 사진=젤렌스키 대통령 엑스 캡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걸프 국가들과 잇따라 군사 협력 협정을 체결하며 우크라이나의 중동 개입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핵심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축적한 이란제 드론 대응 기술을 중동 국가들에 제공하는 것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 카타르에서 열린 화상 기자회견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와는 이미 협정을 체결했고 아랍에미리트와도 최종 합의를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카타르와 UAE와의 협정이 10년간 유지되며 규모는 수십억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협정에는 미사일·무인기 방어 능력 공유와 공동 무기 생산이 포함됐다. 카타르 국방부도 “미사일과 드론 대응 역량에 관한 전문성 교류가 협정의 핵심”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는 지난 4년 넘게 러시아군이 운용한 이란제 '샤헤드' 자폭 드론을 대규모로 요격하며 저비용 드론 방어 기술을 축적해 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란산 드론 격추 경험 측면에서 우크라이나만큼 도움을 줄 수 있는 나라는 없다”며 “우리는 경험을 제공하고, 중동 국가들은 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우크라이나는 이미 방공 전문가 200여명을 중동 지역에 파견해 주요 시설 방어를 지원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를 통해 단순한 군사 지원 수혜국에서 무기 공급국으로 역할을 바꾸려 하고 있다. 러시아와의 전쟁 과정에서 개발한 상용 드론, 전자전 장비, 드론 요격 체계 등을 수출해 새로운 수익원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유럽 내 지원 지연으로 생긴 재정 공백도 걸프 국가들의 투자와 공동 생산으로 메우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중동 전쟁에 점점 깊숙이 얽혀들고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란은 전날 UAE 두바이에 배치된 우크라이나의 드론 방어 시설을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는 “사실이 아닌 허위 선전”이라고 반박했지만, 이란이 러시아의 적국인 우크라이나를 공개적으로 적대시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군의 직접적인 전투 참여 가능성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는 이란과 전쟁하는 것이 아니며, 중동에서 직접 작전에 참여하는 문제는 논의된 바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도 계속 이어가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에너지 시설 공격을 멈추지 않는 한, 우크라이나 역시 러시아 정유 시설과 항만을 겨냥한 드론 공격을 중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러시아의 수익 증가는 결국 이란의 공격 능력을 키우는 데 사용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