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팹리스 업계가 구조적인 인력난에 직면한 가운데,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는 맞춤형 설계 인력 확보가 시급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30일 한국팹리스산업협회가 반도체 설계 기업 27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중소 팹리스 업계를 중심으로 인력난이 심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향후 5년 이내 11명 이상의 설계 인력이 필요하다고 답한 기업이 44%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신규 채용 수요는 디지털·아날로그 집적회로(IC) 설계 직무에 집중됐다. 응답 기업의 81%가 해당 직무 인력 확보가 필요하다고 답했다.
응답 기업들은 인력 부족의 핵심 원인으로 대기업과의 인재 경쟁 구조를 가장 많이 지목했다. 특히 중소 팹리스 기업은 대기업과의 연봉 격차로 인해 인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연봉 요구와 반도체 전공 인력 부족 문제가 맞물리면서 채용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내국인 지원자 자체가 부족해 외국인 전문기술인력(E-7) 도입 필요성도 커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신규 인력에 요구되는 핵심 역량으로는 반도체 설계 이론과 기본 개념 등 기초지식이 38%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프로젝트 수행 및 협업 능력, HDL 등 프로그래밍 역량, EDA 툴 및 테스트 프로그램 활용 능력 등이 뒤를 이었다.
교육 방식에 대한 수요는 실무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응답 기업들은 최신 기술과 트렌드를 반영한 맞춤형 실무 훈련을 가장 선호했다. 장기 교육보다 1~2일 수준의 단기 집중 교육을 선호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다만 기업 자체 교육 여건은 녹록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 기업의 63%가 사내훈련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훈련 비용 부담(40%), 시간 부족(27%), 행정 인력 부족(20%) 등을 주요 애로사항으로 지목했다. 기업이 직접 인재를 양성하려 해도 비용과 운영 부담으로 체계적인 대응이 쉽지 않다는 의미다.
업계는 결국 문제의 본질이 대학 중심 이론 교육과 산업 현장 실무 수요 간 미스매치에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인력 양성 및 연구개발(R&D) 지원 확대, 대학-기업 협력 강화, 채용 연계형 실무 교육 프로그램 도입 등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 시스템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바로 실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 설계 인력이 부족한데다 어렵게 인력을 양성해도 대기업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 산업 전반의 인력 기반이 취약해지고 있다”며 “전문기술인력(E-7) 활용과 함께 대학-기업 협력을 통한 현장형 인재 양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유민 기자 newmi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