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축유 '스왑' 전격 시행…“수액팩 등 의료용품 최우선 보호”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이 3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중동전쟁 관련 국내 석유·가스 가격 동향, 주요 업종 영향 및 대응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이 31일 정부세종청사 산업부 기자실에서 중동전쟁 관련 국내 석유·가스 가격 동향, 주요 업종 영향 및 대응 등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산업부 제공

정부가 중동전쟁 장기화로 인한 석유 수급 불안을 타개하기 위해 정부 비축유를 민간 정유사에 대여해 주는 '비축유 스왑(교환)' 제도를 시행한다. 당장 공급 차질을 빚고 있는 나프타 수급 안정과 수액팩 등 필수 보건의료 제품의 공급망 방어에도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양기욱 산업통상부 산업자원안보실장은 31일 '중동사태 일일 상황 브리핑'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자원 수급 대응 방안을 발표했다.

핵심 조치는 이날 처음 가동된 비축유 스왑 제도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중동산 원유 도입이 지연되는 정유사들에게 정부가 비축유를 먼저 빌려주고, 추후 정유사가 미주·아프리카 등에서 확보한 대체 물량 원유가 도착하면 한국석유공사가 이를 돌려받아 비축기지를 다시 채우는 맞교환 방식이다.

4∼5월까지 2개월 동안 실시하고, 추후 산업부 장관 승인을 받아 1개월씩 연장할 수 있게 했다. 정산 가격은 비축기지 기본 대여료에 기업의 대체물량과 정부 비축유 간 가격 차액을 더해 받는다. 가격 차액은 비축유 월평균 현물 가격에서 대체물량 실제 구매가격을 뺀 값으로 책정한다. 월말 사후 정산한다.

당장의 공장 가동 중단을 막으면서 기업들이 중동 외 지역에서 적극적으로 대체 물량을 확보하도록 유도하는 조치다. 국내 4개 정유사가 모두 신청을 마쳤고, 4~5월 스왑 수요만 2000만배럴을 넘긴 것으로 파악됐다. 양 실장은 “비축유 스왑 활용과 기업들의 대체 물량 확보 노력에 힘입어 원유 수급은 6월까지 관리 가능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의 헬륨·브롬화수소, 디스플레이의 헬륨, 배터리의 황산, 조선의 에틸렌 등 품목도 상반기까지는 수급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산업의 뼈대가 되는 나프타와 기초유분 상황은 다르다.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를 고온으로 분해(NCC)해 얻는 물질이 에틸렌, 프로필렌 등 '기초유분'인데, 이는 플라스틱부터 자동차 부품, 의료용품에 이르기까지 일상 속 모든 화학제품을 만드는 기본 원료다. 절반가량을 수입에 의존하는 나프타는 이미 현장에서 수급 차질이 발생하고 있다.

이에 러시아산 나프타 추가 도입을 지원하고, 필요할 경우 폴리에틸렌(PE)이나 폴리프로필렌(PP) 등 기초 석유화학 제품에 대한 한시적인 수출 통제 방안까지 다각도로 검토 중이다.

특히 기초유분으로 생산되는 수액팩과 관련 의료용 튜브 등 국민 생명과 직결된 필수 보건의료 제품은 최우선으로 보호한다는 방침이다. 관계부처와 공조해 해당 품목들이 차질 없이 공급되도록 생산·유통망을 집중적으로 관리할 계획이다. 또 위기 상황을 악용한 매점매석 등 시장 교란 행위에 대해서도 강력한 단속을 추진하기로 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