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2조 중동 추경]반도체 추가세수 활용…수출·석화 지원부터 제조 AX·창업까지 '맞춤형 핀셋 지원'

정부가 중동발(發) 복합 위기 돌파를 위해 총 26조2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을 편성했다. 눈에 띄는 점은 국가 핵심 전략 자산인 반도체 산업의 호황이 든든한 재원이 됐다는 점이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추가적인 적자 국채 발행 없이 재원을 조달하고 기존 국채까지 상환했다고 강조했다.

확보된 실탄은 산업통상부 소관 예산 9241억원을 비롯해 산업계 전반에 활력을 불어넣는 핀셋 지원과 혁신 생태계 조성에 집중적으로 투입된다.

김정관 산업부 장관(왼쪽)과 조현 외교부 장관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정관 산업부 장관(왼쪽)과 조현 외교부 장관이 31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빚 안 내고 1조 갚는 추경

이번 26조2000억원 규모의 추경 재원 중 25조2000억원은 증시 및 반도체 경기 호황 등에 따른 초과 세수와 기금 여유 재원 등으로 충당됐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투톱'의 실적 개선에 따른 것으로, 정부가 이번 대규모 추경 편성에 자신감을 보인 배경이다.

풍부한 잉여 재원은 국가 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톡톡히 해낼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이번 초과 세수 중 1조 원을 국가 채무 상환에 전격 배정했다. 통상적으로 대규모 추경 편성이 나랏빚 증가로 이어지던 공식을 깨고, 오히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 채무 비율을 애초 51.6%에서 50.6%로 1.0%포인트(p) 낮아졌다. 국채 및 외환시장에 미치는 부작용을 원천 차단하고 '적극 재정과 경제 성장의 선순환' 기조를 흔들림 없이 유지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공급망 방어 집중

이 가운데 실물 경제 활력을 책임지는 산업부 추경 예산은 9241억원이다. 공급망 안정과 피해 기업 지원에 집중적으로 쓰인다.

우선 6642억원을 투입해 석유 및 핵심 전략 자원의 공급망을 강화한다. 국민 생필품과 산업의 기초 원료인 나프타 수급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4695억원을 신규 편성, 기초유분 제조시설(NCC)을 보유한 석유화학 기업의 나프타 수입 단가 상승분 차액 50%를 보조한다. 또 에너지 안보를 위해 1584억원을 들여 석유 비축 물량을 130만배럴 앞당겨 확보하고, 희토류 재자원화(81억원)와 요소 수입선 다변화(39억원)로 핵심 광물 자립도를 높인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 등으로 물류비가 폭등한 수출 중소·중견기업 구제에는 1459억원이 투입된다. 수출 긴급지원바우처(255억원)와 해외지사화 사업(75억원)을 대폭 확대하고 , 3조원 규모 무역보험 및 유동성 공급을 시장에 신속히 풀기 위해 무역보험기금에 1000억원을 추가 출연한다. 직격탄을 맞은 석유화학 산업 위기 지역에는 70억원을 배정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을 돕는 맞춤형 기술 컨설팅과 재직자 훈련을 지원한다.

◇M.AX로 체질 개선

정부는 단기적 피해 복구와 보조금 지원을 넘어, 우리 산업 체질을 인공지능(AI) 기반으로 탈바꿈시키는 '제조 AX(M.AX)'에도는 1140억원의 뭉칫돈을 쏟아붓는다. 핵심은 국내 주요 5대 업종(조선·철강·자동차·섬유·화학) 제조 명장들의 축적된 '암묵지(노하우)'를 데이터화해 AI 모델로 개발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여기에 800억원의 예산을 신규 편성해 제조공정 혁신의 새로운 지평을 연다는 계획이다.

제조업의 두뇌 역할을 할 핵심 인프라도 대폭 확충된다. 산업단지 입주 기업들의 원활한 AI 전환을 돕기 위해 데이터센터 실증 사업에 140억원을 배정했다. 또 제조 현장과 일상생활에 투입될 휴머노이드 등 최첨단 AI 로봇 실증 사업에도 200억원을 신규 투입해 거대한 제조 AX 생태계를 선제적으로 조성한다.

◇'제2의 벤처 붐' 확산

산업부 핀셋 지원 외에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가 함께하는 범정부 차원의 민생 안정 및 청년 지원 예산이 대거 포함됐다.

미래 경제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한 스타트업 육성과 창업 생태계 활성화에는 총 1조9000억원을 투입해 제2의 벤처 붐을 주도한다. 유망 청년 창업가 300명을 선발해 최대 1억원의 사업화 자금을 쥐여주는 '모두의 창업' 프로젝트에도 4000억원을 배정했다. 초기 기업이 대·중견기업 및 글로벌 기업과 기술 검증 등 협업을 수행할 수 있는 파트너십 기회도 기존 600개에서 1434개로 두 배 이상 크게 늘렸다.

지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축을 마련하기 위해 KAIST 등 4대 과학기술원을 중심으로 한 '과학 중심 창업 도시' 조성에 3000억원을 쏜다. 한 번 실패한 기업인에게 다시 일어설 기회를 제공하는 재창업자 전용 자금(500억원)과 재도전 패키지 확대(100억원)를 통해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든든한 창업 안전망까지 구축했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