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에어캐나다 최고경영자(CEO)가 최근 활주로 충돌 사고로 사망한 조종사들을 추모하는 영상을 올렸다가 되레 대중의 분노를 샀다.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용어로 채택하고 있는 캐나다에서 간단한 인사를 제외하고는 프랑스어를 전혀 구사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다.
30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에어캐나다는 마이클 루소 CEO가 2026년 3분기 전까지 퇴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루소 CEO는 은퇴 전까지 회사를 계속해서 이끌 예정이다.
앞서 22일, 에어캐나다 익스프레스 소속 여객기가 미국 라과디아 공항 활주로에서 구조용 소방트럭과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승객 중 사망자는 없었지만, 조종사 2명이 목숨을 잃어 캐나다 내에서는 추모 물결이 이어졌다.
루소 CEO의 논란은 조종사들을 추모하는 영상에서 비롯됐다. 루소 CEO는 영상에서 사고로 영향을 받은 모든 이들에게 애도를 표했으나, '안녕하세요'(bonjour)와 '감사합니다'(merci)를 제외한 모든 메시지를 영어로 전달했다. 다만 자막은 프랑스어로 제공됐다.
캐나다는 공식적으로 영어와 프랑스어를 공식 언어로 채택하고 있는데 에어캐나다 본사가 위치한 퀘벡주는 주로 프랑스어를 사용한다.
이에 소비자들은 루소 CEO가 영어로만 추모 영상을 올렸다는 점에 분노했다.
에어캐나다는 회사 자체 정책에서도 대민 소통은 두 언어 모두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사망한 조종사 중 1명은 프랑스어 사용자이며 당시 탑승객들 중 프랑스어 사용자가 많았다는 점에서 단일 언어 사용자가 회사를 대표해 애도를 표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추모 영상 게재 직후,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역시 “(단일 언어 메시지에 대해) 극도로 실망했다”며 “이 같은 태도는 충돌 사고 희생자들에 대한 '공감 부족'을 보여준다”고 짚었다.
루소 CEO의 단일 언어 사용은 이전부터 논란이 돼 왔다. 그는 지난 2021년 퀘벡주에서 주요 연설을 하며 영어만 사용한 점을 지적 받았는데, 당시 기자들에게 “몬트리올(퀘벡 주요 도시)에서 14년 동안 살았지만, 프랑스어를 배울 필요가 없었다. 도시의 훌륭함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해명해 더욱 큰 비판을 샀다.
퀘벡주는 프랑스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비율이 점차 낮아지자 프랑스어를 보존하기 위한 여러 정책이 시행되고 있다. 지난 2022년에는 퀘벡의 유일한 공식 언어가 프랑스어임을 공표하고 프랑스어 보호를 최우선으로 두는 법안 '빌 96'이 통과된 바 있다.
이 가운데 루소 CEO가 또다시 영어를 사용하며 공식 영상에 등장하자 퀘벡주를 중심으로 불만의 목소리가 나왔다.
한 네티즌은 “에어캐나다 CEO는 몬트리올에서 수십 년을 살고도 프랑스어 실력이 북극곰보다 못하다”며 맹비난했다. 최근 퀘벡의 한 동물원이 북극곰을 타 주로 이송하며 프랑스어 구사가 가능한 조련사를 동행시킨 사실이 알려지자, 이를 루소 CEO의 언어 능력과 비교하며 조롱 섞인 비판을 보낸 것이다.
지난 27일까지 공식 언어 담당관 사무실에는 루소 CEO의 영어 사용에 대한 불만이 2000건 넘게 접수됐다. 퀘벡주 의원들은 루소 CEO의 사임을 요구하는 결의안을 압도적인 찬성표로 통과시켰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