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태양광 발전소는 멈춰 있을 때보다 '돌아가는데도 제대로 못 만드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이 보이지 않는 손실을 잡는 것이 에이치에너지 기술의 핵심입니다.”
임성빈 에이치에너지 최고기술책임자(CTO·상무)는 재생에너지 산업의 본질을 '데이터 기반 최적화 문제'로 정의했다. 포스텍 수학과 출신으로 20여 년간 정보통신(IT) 분야에서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최적화 경험을 쌓아온 그는, 현재 전국 5700여 개 태양광 발전소를 인공지능(AI)으로 연결해 운영 효율을 끌어올리는 기술을 총괄하고 있다.
에이치에너지는 AI 기반 발전소 자산관리 플랫폼 '솔라온케어'를 통해 기존의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자산 가치 극대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임 상무는 “기존 시스템이 이상 발생을 알려주는 수준이라면, 솔라온케어는 원인을 분석하고 조치까지 제안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국내 태양광 발전소를 두고 대부분 소규모라 전문 관리가 어려운 구조라고 진단했다. 발전량이 떨어져도 날씨 탓으로 넘기는 경우가 많지만 데이터를 보면 설비 이상이나 효율 저하로 발생하는 손실이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간단한 결선 변경만으로 5~7% 효율이 개선된 사례도 있다.
그는 솔라온케어로 기존 태양광의 소규모 관리 한계를 극복했다고 강조했다. 임 상무는 “유사 조건의 발전소 데이터를 묶어 비교해 문제를 식별하고, 고장 이력과 기상 데이터를 결합해 원격으로 원인을 추정하고 조치까지 제안한다”면서 “도면 없이 운영 데이터만으로도 설비 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AI 진단 기술을 강조했다. 그는 “태양광 패널의 전류·전압 곡선은 심전도와 같다. 이를 이미지로 변환해 AI에 학습시켰고, 현재 5가지 고장 유형을 90% 이상 정확도로 판별한다”면서 “과거에는 현장 점검이 필요했지만 지금은 원격 진단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데이터 규모는 경쟁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임 상무는 “5700개 발전소 데이터가 쌓이면서 비교군이 촘촘해졌고, 진단 정밀도가 높아졌다”면서 “발전소가 늘어날수록 비용은 줄고 정확도는 올라가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임 상무는 올해 도입된 준중앙급전제도 이후 재생에너지 사업자의 핵심 경쟁력이 '예측 정확도'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상발전소(VPP) 시장은 '내일 이 시간에 얼마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하는 구조라 맞추지 못하면 페널티를 받는다”면서 “결국 수익은 발전량 예측 정확도에서 결정된다. 현재 에이치에너지는 오차율 3% 이내 수준까지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한 단계 더 나아가 “예측이 틀릴 가능성까지 반영해 최적 입찰량을 계산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실시간 입찰시장 전환을 두고는 “의사결정 속도가 핵심”이라고 봤다. 그는 “에너지저장장치(ESS)를 활용해 출력 변동을 보정해야 한다”면서 “결국 저장 기술이 아니라 '언제 충전하고 방전할지'를 결정하는 알고리즘 경쟁”이라고 전망했다.
에이치에너지는 최근 자체 개발한 AI '헬리오스(Helios)' 프로젝트를 통해 운영을 넘어 설계·시공·인허가까지 AI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임 상무는 “운영 과정에서 시공 오류가 반복적으로 발견됐다. 설계·시공·운영 데이터가 단절돼 있기 때문이다. 이 데이터를 연결해야 품질을 개선할 수 있다”면서 “패스파인더는 설계 자동화, 시냅스는 인허가 자동화를 담당한다. 건물 주소만 입력하면 태양광 배치와 발전량을 산출하고, 수십 종의 인허가 서류도 자동 생성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시장의 본질을 “발전량이 아니라 '시장 전체'를 예측하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그는 “전력시장은 자연현상뿐 아니라 정책, 국제정세, 소비 패턴이 모두 영향을 미친다”라면서 “실시간 시장으로 갈수록 기술 격차는 더 벌어져, 결국 데이터를 어떻게 연결하고 얼마나 빠르게 의사결정을 내리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