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 진출이 필수적이며, 해외에서 창업한 한국계 스타트업까지 정책 지원 범위를 넓혀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국내 시장 중심의 창업 생태계 구조만으로는 글로벌 기술 경쟁 속에서 성장 한계가 뚜렷한 만큼, 투자와 정책 역시 '본 글로벌(Born Global)' 전략에 맞게 재편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2일 웨스틴 서울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2026년 제1차 모태펀드 정책포럼'에서 전문가들은 국내 스타트업이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성장하려면 투자 구조와 정책 체계가 함께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경 삼일회계법인 이사는 “최근 글로벌 유니콘 기업의 약 70%는 창업 초기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한 '본 글로벌' 전략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기술 중심 산업 구조로 빠르게 재편되는 상황에서 국내 시장만으로 유니콘으로 성장하는 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고 진단했다.
김 이사는 특히 글로벌 진출 과정에서 자본과 투자 구조의 격차가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과 미국을 비교하면 후기 단계 투자 규모나 시리즈C 이후 투자 비중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하려면 대규모 초기 투자와 장기간 연구개발(R&D)을 감당할 수 있는 투자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벤처 생태계에서 인내자본 등을 기반으로 모태펀드가 수동적 LP에서 '능동적 마켓 메이커(Market Maker)'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이사는 “단순 자금 공급을 넘어 스타트업의 시장 진출과 성장 전략을 함께 설계하는 투자자 역할이 필요하다”며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네트워크를 확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정욱 스타트업얼라이언스 공동대표는 해외에서 창업한 한국계 스타트업을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의 자산으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 센터장은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한국계였다면 우리 스타트업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며 “글로벌 한인 창업가들이 성장하면 한국 경제에도 큰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성장한 한국계 기업 사례들을 언급하며 “해외에서 창업했더라도 한국 인재 고용과 기술 생태계에 기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글로벌 한인 스타트업은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엔진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글로벌 한인 기업은 한국 법인이 아니라는 이유로 정부 지원 프로그램에서 제외되거나 국내 VC가 후속 투자를 하려 해도 공공 LP 규정 때문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임 센터장은 “이제는 'K-스타트업'의 범주를 법인 소재지가 아니라 창업자의 정체성까지 포함하는 방향으로 넓혀야 한다”며 “성공한 한국계 창업가를 한국의 자산으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해외에서 창업한 스타트업에 공적 자금이 투자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형평성 문제에 대해서도 논의가 이뤄졌다.
김성훈 법무법인 미션 대표변호사는 “손흥민 선수가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한다고 해서 한국 선수라는 정체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한국 창업가가 해외에서 기업을 세우고 성장시키더라도 이를 한국 창업 생태계의 일부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김 변호사는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한 창업가와 기업을 한국 생태계와 연결할 수 있는 정책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내 기업이 해외에 있든 국내에 있든 글로벌 창업 네트워크 속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과 생태계를 연결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 여겨지는 환경에서, 과감히 해외로 나가는 국외창업기업을 우리 벤처생태계가 어떻게 뒷받침해 나갈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다양한 의견을 바탕으로, 제도의 미비점을 보완하고보다 실효성 있는 정책을 마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