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시행 24일 만에 첫 판정…원청 '사용자성' 인정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지난달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2·3조 개정 법률) 시행 첫날인 지난달 10일 서울 세종로에서 열린 민주노총 투쟁 선포대회에서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처음으로 하청노조에 대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한 노동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충남지방노동위원회는 2일 한국원자력안전기술연구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자산관리공사,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 4개 공공기관을 상대로 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관련 시정 신청을 모두 인용했다.

노동위는 용역계약서와 과업내용서 등을 근거로 이들 기관이 하청 근로자의 안전관리와 인력배치 등에 실질적으로 관여하고 있어 노동조합법상 사용자 지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원청이 하청노조와 교섭에 나서야 한다는 취지다.

이번 판정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원청 책임이 법에 명시된 상황에서 나온 첫 사례다. 해당 법에 따르면 원청은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를 받으면 7일간 이를 공고해야 한다.

앞서 공공연대노동조합은 법 시행 직후 이들 기관에 교섭을 요구했으나, 기관 측이 공고를 하지 않자 지난달 13일 노동위에 시정 신청을 제기했다. 기관들은 교섭 의제가 명확하지 않아 공고할 수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번 결정으로 4개 기관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야 하며, 이후 참여 노조를 확정해 교섭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다만 원청은 중앙노동위원회 재심이나 행정소송을 통해 불복할 수 있다.

노동부는 실질적 사용자 책임을 강화하는 법 취지에 따라 현장 이행을 엄정 지도할 방침이다.

한편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교섭 관련 분쟁도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10일부터 30일까지 접수된 교섭 관련 조정 신청은 267건, 사용자성 판단 질의는 65건에 달한다.

노사 간 교섭 범위와 사용자성 인정 기준을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준희 기자 jh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