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 영공에서 격추된 미군 F-15E 전투기의 무기체계장교가 실종 이틀 만에 미 특수부대에 의해 무사히 구조됐다. 구조 과정에서 미국 정보당국은 이란군을 속이기 위한 고도의 기만 작전을 벌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5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은 이란 내부 정보망을 통해 “미군이 이미 실종된 장교를 확보해 지상 경로로 국외 탈출시키고 있다”는 허위 정보를 의도적으로 흘렸다. 실제 구조작전과 다른 정보를 퍼뜨려 이란 혁명수비대(IRGC)의 추격을 다른 방향으로 돌리고 시간을 벌기 위한 전략이었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CIA의 기만 작전 덕분에 특수부대가 장교의 정확한 위치를 파악하고 구조 준비를 마칠 시간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그는 “건초더미 속에서 바늘을 찾는 것과 같은 임무였다”고 덧붙였다.
무기체계장교는 해발 약 2100m 산 능선의 바위 틈에 숨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미군은 정찰기와 드론으로 수색했지만 처음에는 위치를 특정하지 못했다. 이후 CIA가 자체 기술을 활용해 장교가 보내는 신호를 분석하면서 정확한 위치를 확인했다.
한때 미 정보당국 내부에서는 장교가 이미 IRGC에 붙잡혔거나, 이란 측이 미군을 유인하기 위해 거짓 신호를 보내고 있을 가능성도 제기됐다. 그러나 추가 분석 끝에 장교가 아직 자유로운 상태로 숨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당시 IRGC 수색대 일부는 장교가 숨어 있던 산기슭 인근까지 접근한 상태였다. 이에 CIA는 “미군이 이미 장교를 구조해 이동 중”이라는 거짓 정보를 다시 흘렸고, 이란 측은 혼란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 사이 미군은 네이비실 6팀, 델타포스, 육군 레인저 등 100명이 넘는 특수부대를 투입해 야간 구조작전을 준비했다. 첫 번째 조종사 구조는 대낮에 진행됐지만, 무기체계장교 구조는 이란군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야간에 실시됐다.
특수부대원을 태운 헬기가 구조 지점에 접근하자 미군과 이스라엘 전투기들은 주변 지역에 폭격을 가해 IRGC의 접근을 차단했다. 특수부대는 장교를 확보한 뒤 인근 임시 활주로로 이동해 수송기를 통한 탈출을 시도했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장교와 특수부대원을 태우기로 했던 C-130 수송기 두 대 가운데 한 대의 앞바퀴가 활주로 모래에 박혀 움직이지 못한 것이다. 작전은 실패 직전까지 몰렸지만, 현장에 추가 투입된 지원 항공기 3대에 인원을 분산 탑승시키면서 가까스로 탈출에 성공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