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공백을 메우기 위한 정부 차원의 기준 정비가 시작된다. 상용화를 앞두고 기술·보험·법 체계를 한 번에 묶겠다는 구상이다.
국토교통부는 자율주행차 사고 책임 기준과 보상 절차를 마련하기 위한 '자율주행차 사고책임 TF'를 출범한다고 7일 밝혔다. TF는 사고 발생 시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고 피해 보상 절차를 표준화하는 범정부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는 역할을 맡는다.
자율주행차는 차량 제작사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개발사, 운송 플랫폼, 통신·보안 영역까지 책임 주체가 얽힌다. 사고 원인을 특정하기 어렵고 책임 비율을 나누는 기준도 명확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다. 실제 현장에서는 동일 사고라도 판단 기준에 따라 책임 귀속이 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상용화 일정도 제도 정비를 앞당긴 배경이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광주광역시에서 200대 규모 자율주행차를 투입하는 실증을 추진한다. 도심 전역에서 실제 운행이 이뤄지는 만큼 사고 발생 가능성도 현실화되는 단계다. 기존 제도만으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TF는 국토부가 총괄하고 자동차손해배상진흥원이 간사를 맡는다. 법조계·공학계·보험업계·산업계 전문가 18명이 참여한다. 기술 구조와 법적 책임, 보험 처리까지 전 영역을 함께 논의하는 구조다.
TF에서는 우선 사고 유형을 세분화한다. 차량 결함, 소프트웨어 오류, 통신 장애, 외부 해킹 등 발생 가능한 시나리오를 나눈다. 이어 각 유형별 책임 판단 기준을 설정한다. 책임 주체 간 분담 원칙과 절차도 함께 정리한다.
보험 체계도 함께 손본다. 자율주행 특성에 맞는 보상 프로세스를 표준화하고 실증도시에서 운영되는 보험상품의 적정성을 점검한다. 사고 접수부터 조사, 보상, 구상까지 전 과정을 일관된 흐름으로 정리하는 것이 목표다.
국토부는 TF 논의를 바탕으로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과 자율주행자동차법 개정 과제를 발굴한다. 현행 법체계가 포괄하지 못하는 책임 영역을 보완하는 작업이다. 실증도시를 중심으로 사고 대응체계를 점검하고 운영 결과를 다시 제도에 반영하는 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기술 확산과 함께 신뢰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의미다.
박준형 국토교통부 모빌리티자동차국장은 “자율주행 상용화 단계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사고 책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법과 기술, 보험이 연계된 대응체계를 구축해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자율주행 환경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박효주 기자 phj20@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