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주에서 '전쟁 영웅'으로 불린 최다 무공훈장 수훈자 벤 로버츠-스미스(47)가 전쟁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7일(현지시간) ABC 방송·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호주 연방 경찰은 호주 특수부대(SAS) 출신인 로버츠-스미스를 시드니 공항에서 체포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당국은 지난 2009~2012년 사이 아프가니스탄에 파병된 로버츠-스미스가 비무장 민간인 5명을 살해했다고 보고 전쟁 범죄 혐의로 그를 기소했다.
그에게는 살인 혐의 1건, 살인 공동 사주 혐의 1건, 살인 방조·교사·사주 3건 등 총 5건의 혐의가 적용됐다. 각 혐의 모두 최대 종신형에 처해질 수 있는 중범죄다.

크리시 바렛 호주 연방경찰청장은 기자회견에서 “피해자들은 모두 비무장 상태로 구금돼 있었으며, 호주 국방군(ADF) 대원들의 통제 하에 있다가 살해당했다고 판단하고 있다”며 “피해자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살해당했을 당시 적대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호주 육군 정예 특수부대인 SASR 출신 전직 상사인 로버츠-스미스는 호주 군인 중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인물이다. 군인이 받을 수 있는 무공포상, 수훈 표창 등을 모두 거머쥐었으며, 호주 군인에게 수여되는 최고 무공훈장인 빅토리아 십자훈장의 영예까지 안았다.
그러나 2018년 호주의 9 뉴스가 전쟁 범죄 의혹을 제기하면서 로버츠-스미스의 명성에는 금이 가기 시작했다. 로버츠-스미스가 자신의 소대를 공격한 탈레반 전투원들을 단독으로 제압한 공로로 국가적 영웅으로 대접받던 시기였기에 그 충격은 더 컸다.
당시 보도에는 그가 비무장 상태의 아프가니스탄 십대 소년을 총으로 쏴 살해하고 수갑을 찬 남성을 절벽에서 밀어 떨어뜨린 후 사살하라고 명령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로버츠-스미스는 해당 보도에 이의를 제기하고 호주 사상 최대 규모의 명예훼손 소송을 벌였지만 결국 패소했다.
2023년 연방 법원 판사는 “신문사들은 제기된 6건의 살인 혐의 중 4건이 사실임을 입증했다”고 판결하며, 신문사의 손을 들어줬다. 로버츠-스미스는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최종 항소했지만 2025년 9월 대법원 역시 그의 항소를 기각했다.
언론에서 대대적인 보도가 나오던 2020년, 호주 정예 군인들이 아프가니스탄에서 39명을 불법적으로 살해했다는 내용이 담긴 '브레레턴 보고서'가 공개됐다. 이에 따라 로버츠-스미스를 포함한 전·현직 호주 군인 19명이 전쟁 범죄로 조사를 받게 됐다.
호주 특별수사국(OSI)과 호주 연방경찰(AFP)은 합동 수사를 통해 아프가니스탄에서 호주 국방군(ADF) 대원들이 저지른 전쟁 범죄 혐의와 관련된 53건을 조사했으며 10건이 현재 진행 중이다. 로버츠-스미스 외에 또 다른 전직 특수부대원이 내년 2월 전쟁 범죄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을 예정이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