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의 첫 번째 종전 협상이 결렬됐다. 이란의 핵 보유 금지와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 등을 놓고 입장차가 컸다는 분석이다.
11일(현지시간)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 세레나 호텔에서 시작된 미국과 이란의 최고위급 대면 회담은 자정을 넘겨 새벽까지 마라톤 협상으로 이어졌지만 소득 없이 끝났다.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가 동석한 가운데 미국은 JD 밴스 부통령이, 이란은 모하마드 바게르 갈리바프 의회 의장이 대표로 나섰다. 앞서 미국이 15개 항의 종전안을 테이블에 올리자, 이란이 10개 항의 요구 조건으로 역제안하며 기싸움을 벌였다.
종전협상에서 미국 대표단을 이끈 JD 밴스 미국 부통령은 12일 오전 6시30분께 세레나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과 합의에 도달하지 못했고 합의 없이 미국으로 귀환한다”고 밝혔다.
밴스 부통령은 미국의 '레드라인'을 매우 명확하게 밝혔으나 이란이 미국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들이 핵무기를 추구하지 않고 신속하게 핵무기를 확보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도 추구하지 않을 것이라는 명시적 약속이 필요하다”며 “이것이 미국 대통령의 핵심 목표이고 우리가 협상에서 얻고자 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밴스 부통령은 “최고이자 최종인 제안을 제시했고 이란이 수용하는지 지켜보겠다”며 이란에 수용을 압박하고 2분만에 회견을 마쳤다. 그러고는 30여분 뒤 미국행 전용기에 탑승했다.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회담은 시작부터 '호르무즈 해협'을 두고 삐걱댔다. 이란 대표단은 회담 직전 △호르무즈 통제권 인정 △전쟁 피해 배상 △해외 동결자산 해제 △레바논 포함 중동 전역 교전 중단 등 4대 '레드라인'을 제시했다.
특히 이란은 해협을 공동 관리하자는 미국의 제안을 일축하고, 전후 재건 자금 마련을 명분으로 해협 통과 상선에 단독 통행료를 부과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모든 합의가 타결된 후에야 선박 통행을 허용하겠다고 버텼다. 반면 미국은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 정상화를 위해 조건 없는 즉각적인 해협 개방을 강하게 압박했다.

군사적 긴장도 계속됐다. 미군 중부사령부는 “호르무즈 해협의 기뢰 제거 여건 조성을 시작했다”면서 미 해군 유도미사일 구축함 2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는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하려는 군함은 강력한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스라엘 역시 레바논 남부 공습을 이어갔다.
안영국 기자 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