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부터 보험은 인지산업이라 했다. 사람(人)과 종이(紙)만 있으면 돌아가는 산업이라는 의미다. 이것이 보험 산업에 대한 오랜 선입견이었다.
코로나19 시기부터 가속화된 거대한 디지털 전환 파고는 사람과 종이만 있으면 된다던 보험사를 정보기술(IT) 중심 회사로 변화시켰다. 보험사에 디지털 전환은 오프라인 업무를 온라인으로 옮기고, 애플리케이션(앱)을 개선하며, 종이 없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었다. 이것만으로도 혁신이라 했고, 디지털 전환을 이뤄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생성형 인공지능(AI)과 멀티모달 AI 그리고 자율적으로 판단·수행하는 AI 에이전트 기술이 등장하면서 기존 디지털 중심 패러다임이 전환점을 맞이했다. 단순 기술이나 솔루션을 도입하는 단계를 넘어, 기업체질 자체를 AI 중심으로 재정의하는 'AI 전환(AX)', '인지능(認知) 산업으로의 전환'이 시작됐다.
보험 산업 역시 또 한번 새로운 변화의 길을 찾아야 하는 시점이다. 거듭된 고민 끝에 내린 답은 AI 네이티브(Native) 기반 지능형 인슈어런스 플랫폼이다.
'AI 네이티브'란 단순히 기존 시스템에 AI 기능을 덧붙이는 방식이 아니다. AI를 핵심 엔진으로 삼아 그 위에 보험의 핵심 밸류체인(value chain)상 상품기획, 개발, 언더라이팅(인수 심사), 보험료 산출, 계약관리, 보험금 청구, 고객 서비스 등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는 접근이다.
이는 AI 에이전트와 Human-in-the-Loop가 함께 작동하는 하이브리드 운영 모델로 전환을 의미한다. AI 에이전트가 데이터 분석과 판단, 실행을 담당하고 사람은 예외 상황, 책임 있는 의사결정, 고객과 신뢰 형성에 집중하는 구조다.
이는 보험사 경쟁력 구조 자체를 바꾸는 도전이라 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AI가 사람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과 AI가 역할을 재정의하며 협업하는 방식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여기에 보험 도메인 지식을 구조화한 온톨로지(Ontology) 기술을 결합해 AI 판단 근거를 구조화하고 인과관계 기반 추론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AI 할루시네이션을 억제하고, 설명가능한 AI(XAI)를 구현한다. 대부분 청약은 AI가 신속하게 처리하고 복잡하거나 판단이 필요한 영역에 인간의 전문성이 더해지는 협업 구조가 가능해진다.
보험금 청구 과정도 마찬가지다. 기존 서류 제출, 심사 대기, 지급 결정까지 이어지는 과정은 고객에게 불편함을 안겨왔다. AI 네이티브 기반 환경에선 멀티모달 AI가 제출 서류를 즉시 분석하고, 이상 징후는 자동으로 탐지하며, 신속하게 처리하는 'AI 클레임 자동화'가 가능해진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고객 경험이다. AI 네이티브 기반 전사적 프로세스 전환은 고객에게 보다 능동적이고 초개인화된 경험을 제공한다. 고객 생애주기와 행동 패턴을 분석해 필요한 보장을 선제적으로 제안하고, 건강 데이터나 생활 패턴과 연계된 서비스까지 확장될 수 있다. 보험은 AI 기반 라이프 플랫폼으로 진화하게 된다.
물론 AX 전환이 쉬운 여정은 아니다. 레거시 시스템과 통합 엄격한 개인정보 보호와 금융 규제 준수, 그리고 AI 의사결정에 대한 설명 가능성과 책임성 확보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특히 AI 에이전트가 의사결정에 관여하는 환경에서는 Human-in-the-Loop를 통한 통제와 역할 정의가 어느때보다 중요해지고 있다.
기술을 잠시 걷어내고 원점으로 돌아가 보면 보험의 본질은 언제나 하나였다. '고객의 위험을 함께 대비하고, 비 올 때 우산이 되어주겠다는 약속과 실천' 그 본질은 AI 시대에도 변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 우리는 그 약속을 더 빠르고, 정확하게 그리고 더 깊이 고객을 이해하는 방식으로 이행할 수 있는 도구를 갖게 된 것이다.
AI 네이티브 기반 새로운 변화는 새로운 운영 패러다임에 대한 도전이며, 동양생명의 이름으로 고객과 나누는 새로운 약속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AI라는 강력한 엔진을 장착한 보험은 이제 사후 보상을 넘어 사전 케어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고객 위험을 함께 대비하는 보험의 본질을 AX 시대에 새롭게 완성하는 담대한 도전을 시도해야 할 때다.
한상욱 동양생명 고객IT부문장(부사장) Sangwook.han@myange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