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드사와 분쟁이 발생하면 소비자가 카드사 관할 법원에 소송을 해야 했던 불공정 약관이 개정된다. 오는 5월부터 신용카드사와 할부금융사 등 여신전문금융사가 변경된 약관을 적용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2월 이 같은 구조가 소비자에게 과도한 부담으로 제소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공정위는 카드사·리스·할부금융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 약관 1668개를 심사해 9개 유형, 46개 조항의 불공정 약관을 적발하고 금융위원회에 시정을 요청했다.
금융위가 이를 수용하면서 소비자 소송 부담은 줄어들 전망이다. 기존 약관에는 “거래 관련 소송은 카드사 본점 또는 영업소 소재지 법원에서 진행한다”는 조항이 포함돼 있어, 지방 거주 소비자도 카드사 관할 법원에 가야하는 부담이 있었다. 비대면 금융상품의 전속관할을 소비자 주소지로 정한 금융소비자보호법 취지에도 어긋난다는 지적을 받았다.
개정 약관은 '법이 정하는 관할법원'을 명시해 민사소송법 등 관련 법령이 우선 적용되도록 했다. 회원 주소지도 관할 기준으로 유지되며, 카드사가 채권을 본점이나 다른 영업점으로 이관하더라도 법정 관할이 함께 적용돼 관할을 사실상 선택해오던 관행에도 제동이 걸린다.
그동안 개인정보 유출이나 부가서비스 무단 가입 등 불완전판매 사례가 이어지면서, 소비자가 직접 권리 구제에 나서야 하는 경우도 꾸준히 발생해왔다. 이번 약관 개정은 이러한 상황에서 소비자의 권리 행사 장벽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개정은 소송 관할 외에도 소비자 권익과 직결된 약관 전반을 손보는 방향으로 이뤄졌다. 제휴사의 폐업·공사·예약 마감 등을 이유로 카드 부가서비스를 일방적으로 중단하거나 제한하는 조항이 시정 대상에 포함됐다. 해외 결제 시 부과되는 국제브랜드 수수료 역시 변경 시 개별 통지를 통해 소비자가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절차를 강화했다.
박두호 기자 walnut_park@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