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LG생활건강이 협력사 납품대금을 최대 200억원 규모로 인상하는 상생 모델을 가동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이를 대·중소기업 협력의 모범 사례로 보고 산업 전반으로 확산하겠다는 방침이다.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14일 서울 중구 LG생활건강 본사를 방문해 중동전쟁 여파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사와의 상생 협력 사례를 점검하고 산업 전반으로의 확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번 방문은 글로벌 공급망 불안과 원자재 가격 상승 등 대외 환경 변화 속에서 대·중소기업 간 협력을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는 사례를 확인하고 현장의 목소리를 청취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현장에는 LG생활건강 대표이사와 협력사 대표, 한국식품산업협회, 중소기업중앙회,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LG생활건강은 중동전쟁으로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현재까지 15개 협력업체 59건의 계약에 대해 약 26억원 규모의 납품대금을 인상했다. 이어 4월부터는 47개 협력업체 1만6000여 건의 계약을 대상으로 연내 최대 200억원 규모의 대금 인상을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납품대금 연동제 적용 대상이 아닌 계약까지 포함해 신속한 대금 조정에 나서는 등 협력사의 부담 완화를 위해 적극적인 상생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이선주 LG생활건강 대표는 “생활용품과 화장품 산업은 원부자재 시장의 변화가 공급망 안정, 나아가 기업의 생존과도 직결될 만큼 매우 긴박한 상황”이라며 “원부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부담을 협력사에 전가하지 않기 위해 가능한 범위 내에서 가격 인상분을 최대한 반영하고, 현장 상황에 맞춰 신속하게 대응하려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초 원재료 가격 상승으로 협력사들의 조달 지연이나 경영 부담이 발생하지 않도록 합의된 납품 주기와 무관하게 납품 단가를 현실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이번 위기 상황이 대·중소기업 간 납품대금 연동제가 현장에 정착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식품산업협회도 이날 간담회에서 LG생활건강의 상생 사례가 식품산업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다만 중동전쟁 여파로 중소 식품기업들이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정부의 지속적인 관심과 실질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협력사 대표들도 현장의 어려움을 전달했다. 한 협력사 대표는 “납품대금 연동제가 도입됐지만 중소기업은 여전히 협상력이 부족해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했다. 또 다른 협력사 대표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상황에서 위탁기업의 신속한 대금 조정이 없었다면 조업 중단까지 고려해야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한 장관은 “LG생활건강이 보여준 상생 활동은 우리 경제의 회복력을 높이는 중요한 자산으로, 이같은 노력이 산업 전반으로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며 “현장에서 제기된 의견을 바탕으로 납품대금 연동제 확산과 중동전쟁 대응 정책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중기부는 앞으로 동반성장지수 반영, 납품대금 연동 우수기업 포상 우대, 수위탁거래 정기 실태조사 면제 등 인센티브를 통해 상생 사례 확산을 유도할 계획이다.
한편 LG생활건강은 동반성장위원회가 평가하는 동반성장지수에서 총 9차례 최우수 등급을 받은 바 있으며, 2023년 납품대금 연동제 동행기업으로 참여해 2024년까지 2년 연속 연동 우수기업으로 선정됐다.
성현희 기자 sunghh@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