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막의 목욕탕 운영하는 개미들… 때밀어주는 '원뿔 개미'

붉은수확개미(사진 속 큰 개미)와 그 개미를 청소하는 원뿔개미들. 사진=마크 모펫 /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
붉은수확개미(사진 속 큰 개미)와 그 개미를 청소하는 원뿔개미들. 사진=마크 모펫 /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

크기가 확연히 차이나는 두 종의 개미가 마치 세신사와 손님처럼 상호작용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거대한 턱과 독침을 가진 '붉은수확개미'(red harvester ant)와 그 포식자의 몸을 구석구석 청소하는 작은 '원뿔개미'(cone ant)가 그 주인공이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의 곤충학자 마크 모펫은 최근 수확개미와 원뿔개미의 공생 관계를 연구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생태학과 진화'(Ecology and Evolution)에 게재했다.

모펫 박사는 20년 전 두 개미의 기묘한 공생을 처음 목격했다. 애리조나주 포털 인근에 있는 사막에서 나무 아래에서 쏟아져 나온 수확개미 중 일부가 원뿔개미집 입구에서 대기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얼마 뒤 둥지에서 나온 작은 원뿔개미 여러 마리가 수확개미 한 마리의 몸에 기어올라 때를 갉아먹었다고 한다.

붉은수확개미(사진 속 큰 개미)와 그 개미를 청소하는 원뿔개미들. 사진=마크 모펫 /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
붉은수확개미(사진 속 큰 개미)와 그 개미를 청소하는 원뿔개미들. 사진=마크 모펫 / 스미소니언 국립 자연사 박물관

20년 만에 다시 연구를 시작한 모펫 박사는 5일간의 관찰에서 최소 90건의 상호작용을 확인했다.

대부분의 경우, 수확개미가 원뿔개미 입구에서 자세를 취하고 기다리면 1분 안에 원뿔개미가 튀어나와 세신을 시작했다. 일부 사례에선 한 번에 최대 다섯 마리의 원뿔개미가 한 마리의 수확개미 몸에 올라타기도 했다.

수확개미는 최소 몇 초에서 최대 5분까지 원뿔개미의 세신을 참아냈다고 한다. 모펫 박사는 “수확개미는 절대 반격하지 않았다”며 “상호작용이 끝났다고 여기는 경우 수확개미가 원뿔개미를 격렬하게 털어냈다”고 설명했다.

수확개미는 자신의 둥지 안에서 서로를 쓰다듬고 부스러기와 오염물질, 기생충을 제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원뿔개미의 도움까지 받는 이유에 대해 모펫 박사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손이 닿기 힘든 구석구석을 닦을 수도 있고, 화학적 신호를 교환하는 작용일 수도 있다”고 추측했다.

30년 간 청소 물고기를 연구해 온 호주 퀸즐랜드 대학교의 해양생태학자 알렉산드라 그루터는 “이 행동은 '청소소'(Cleaning station)을 떠올리게 한다. 그 곳에서도 고객 물고기는 청소 물고기와 새우가 영양가있는 유기물이나 이물질을 쪼아먹도록 기다린다”고 전했다.

그루터 박사는 “두 종 사이에 의사소통이 일어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연구가 아직 제한적이기 때문에 정확하지는 않겠지만, 개미들이 유익한 미생물을 교환해 두 종 모두에게 더 건강한 미생물 생태계를 조성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