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년된 와인 맛은… 스코틀랜드 성에 있던 와인, 경매로 나온다

스코틀랜드 글래미스 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코틀랜드 글래미스 성.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스코틀랜드의 유서 깊은 글래미스 성에 보관돼 있던 100년 넘은 경매로 나와 전 세계 와인 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15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에 따르면 뉴욕 소더비 경매는 오는 17일 와인전 '불멸의 빈티지'를 개최한다고 밝혔다.

경매에는 글래미스 성에 보관돼 있던 2세기에 걸쳐 숙성된 보르도 와인 250여 점이 출품되며, 총 낙찰가는 100만달러(약 15억원) 이상으로 예상된다.

스코틀랜드 앵거스 지방에 있는 글래미스 성은 스코틀랜드 메리 여왕(메리 1세)이 잠시 머물던 곳이며 영국 엘리자베스 2세의 여동생인 마거릿 공주가 태어난 곳으로 알려졌다. 셰익스피어의 비극 '맥베스'의 배경으로도 유명하다.

글래미스 성은 1372년부터 스트래스모어 백작과 킹혼 백작 가문의 조상 대대로 살아온 저택이다. 1765년 제9대 스트래스모어 백작이 지하를 와인저장고로 재개조했고, 그 안에 보관했던 와인이 이번 경매를 통해 판매되는 것이다.

글래미스 성에서 발견된 매그넘 2병과 샤토 라피트 로스차일드 1865년산 한 병. 사진=소더비
글래미스 성에서 발견된 매그넘 2병과 샤토 라피트 로스차일드 1865년산 한 병. 사진=소더비

이번 경매의 주인공은 프랑스 보르도의 전설적인 와이너리 '샤토 라피트 로칠드'의 1870년산 매그넘 두 병이다. 이 와인은 각각 약 5만 달러(약 7400만원)에 낙찰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와인은 소유주조차 잊고 있었지만, 우연히 발견됐다. 기록에 따르면 제13대 스트래스모어 백작이 1878년 당시 48병의 샤토 라피트를 구매해 성 지하 저장고에 보관했다. 그러나 당시 이 와인은 맛이 너무 떫고 거칠어 백작의 입맛에 맞지 않았고, 결국 마시지 않은 채 잊혀 졌다고 한다.

100년 뒤인 1971년, 크리스티 경매소의 와인 전문가 고(故) 마이클 브로드벤트가 성을 방문했다가 이 와인은 발견했다. 브로드벤트는 “와인이 마시기 적당할 만큼 부드러워지는 데 무려 50년이 걸렸고, 내가 방문했을 때는 이미 100년이 지난 상태였다”며 시음 당시 완벽에 가까운 균형감과 풍미, 향을 느꼈다고 회상했다.

이 와인이 '불멸의 빈티지'로 불리는 이유는 19세기 후반 유럽 전역의 포도밭을 초토화한 해충 '필록세라' 대유행 이전에 생산됐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포도나무는 필록세라에 저항력이 있는 미국산 뿌리에 유럽산 가지를 접목한 것이지만, 1870년산 라피트는 접목되지 않은 순수 유럽 포도나무에서 수확된 '잃어버린 양조 스타일'을 간직하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뉴욕 소더비의 와인 부문 책임자 리처드 영은 “글래미스 성에서 발견된 병들은 동시대 와인 중 가장 보존 상태가 뛰어난 표본으로 평가된다”고 설명했다. 2023년 이 와인을 시음한 소믈리에 제이슨 테사로는 “150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과일 향이 느껴지는 것이 경이로울 정도였다”고 극찬했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