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특별법, 경기도가 묻다②] 반도체 인허가 단축, 병렬 협의 넘어 통합조정체계 구축이 핵심 과제

사업 초기부터 전력·용수·환경 한 테이블에 올려야
사전컨설팅·부처 협업 없인 현장 체감 속도 한계

오는 8월 시행을 앞둔 '반도체산업 경쟁력 강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반도체 특별법)'의 실효성은 시행령에 달려 있다.
경기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생산거점은 물론, 성남 판교·수원 광교 등을 중심으로 한 팹리스와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밀집한 국내 최대 반도체 산업 집적지다. 이에 시행령이 클러스터 지정 범위, 인허가 단축, 수도권 역차별 해소 등 핵심 쟁점에 어떤 해법을 담느냐에 따라 반도체 특별법이 'K-반도체 생태계의 법제적 토대'가 될 수도, 현장과 괴리된 제도에 머물 수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도체는 이미 인공지능(AI), 자동차, 방산, 바이오 등 첨단 산업 전반을 떠받치는 핵심 기반 산업으로 자리 잡았고, 미국과 일본 등 주요국도 대규모 보조금과 정책 지원을 앞세워 반도체를 국가 생존 전략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다.
한국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개발과 양산 경쟁의 최전선에 서 있는 만큼, 연구개발과 생산능력 확장을 뒷받침할 제도 정비가 시급한 상황이다.
전자신문은 경기도가 산업통상자원부에 건의한 주요 과제를 바탕으로 총 6회에 걸쳐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의 핵심 쟁점을 짚는다. 1~3회에서는 반도체 클러스터 범위, 인허가 단축, 수도권 규제 문제 등을 살펴보고, 4~6회에서는 인재 확보, 정책 골든타임, 거버넌스 구축 과제 등을 차례로 점검한다.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감도.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조감도.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과정에서 인허가 절차를 통합 조정할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전력·용수 공급, 환경영향평가, 도로 개설, 토지 보상 등 핵심 절차가 여러 부처와 기관에 나뉘어 있어 협의 창구가 분산되고 보완 요구가 반복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경기도는 반도체 산업이 속도전으로 움직이는 만큼, 제도상 처리 기간 단축뿐 아니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는 인허가 조정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부지 조성과 전력·용수 공급, 환경영향평가, 도로 개설 등이 함께 진행되어야 하는 대형 사업이다. 하지만 기관별 협의 기준과 보완 요구가 다를 경우 절차가 동시에 추진되더라도 실제 일정은 지연될 수 있다.

기존 제도에서도 병렬 협의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부처와 기관 간 조정 기능이 약하면 기업은 비슷한 서류를 여러 차례 제출해야 한다. 경기도는 이 같은 구조가 인허가 단축 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용인 국가산단도 이런 과제를 보여주는 사례로 꼽힌다. 토지보상과 기반 시설 구축, 인허가가 함께 맞물린 초대형 사업인 만큼 환경영향평가, 중앙토지수용위원회 협의, 지방도 개설 등 단계별 절차가 제때 연결되어야 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5일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 회의에서 첨단 분야의 네거티브 규제 전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반도체 특별법 시행령에는 단순한 신속 처리 원칙을 넘어 범부처 통합조정 회의와 사전 컨설팅 체계를 반영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산업통상자원부가 관계 부처, 전력·용수 공급기관, 지자체와 함께 사업 초기부터 쟁점을 조율하는 구조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 관계자는 “현장에서는 절차 자체보다 기관 간 협의가 제때 맞물리지 않는 점을 더 큰 병목으로 느끼고 있다”며 “시행령에 범부처 통합조정과 사전 컨설팅 구조를 명확히 반영해야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인허가 단축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원=김동성 기자 esta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