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양자컴 고온 동작 가능성 제시...냉각비용 '10분의 1'로 절감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극저온 냉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차세대 소재·공정 기술이 나왔다. 실제 산업 공정에 적용할 수 있는 4인치 웨이퍼 기반 기술을 확보, 실용화 가능성도 끌어올렸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위상절연체(내부는 절연체지만 표면에는 전기가 흐르는 양자물질) 기반 차세대 양자소자 구현 핵심 기술을 개발, 기존보다 높은 온도에서 동작할 수 있는 차세대 초전도 큐빗 구현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28일 밝혔다.

ETRI 연구진이 양자 물질 전기 특성을 극저온 물성 측정 장치로 측정하고 있다.
ETRI 연구진이 양자 물질 전기 특성을 극저온 물성 측정 장치로 측정하고 있다.

현재 초전도 기반 양자컴퓨터는 극저온에서만 작동해 수십억 원대 희석냉동기 등 대형 장비가 필수다. 이에 연구진은 기존보다 약 100배 높은 1~4켈빈(K)에서도 양자 특성을 유지할 수 있는 소재·소자 기술을 개발했다.

위상절연체 비스무스 셀레나이드 박막을 웨이퍼 위에 균일하게 성장시키는 기술과 초전도체및 위상절연체 경계(이종접합 계면)를 정밀 제어하는 기술을 함께 개발했다.

특히 기존에는 소면적 증착에 머물렀던 위상절연체 소재를 4인치 웨이퍼 규모로 확장하고, 계면에서 발생하는 원자 확산을 제어해 초전도 특성이 유지될 수 있는 조건을 확보했다. 이를 통해 1~4K에서도 안정적으로 동작하는 양자소자 구현 가능성을 확인했다.

향후 이 기술이 실제 양자소자로 구현될 경우, 희석냉동기 대신 범용 극저온 냉동기를 사용할 수 있어 냉각 시스템 구축 비용을 약 10분의 1 수준으로 절감할 수 있을 전망이다.

또 복잡한 냉각 설비가 단순화되면서 장비 규모도 기존 컨테이너 수준에서 서버 랙 수준으로 소형화할 수 있다.

이번 연구 성과는 소재 성장, 계면 분석, 공정 기술을 아우르는 총 4편 논문으로 국제학술지에 연이어 게재됐다. 또 연구 결과는 지난 21일 한국물리학회 봄 학술대회 반도체 물리 분과 포커스 세션에서 연세대, 충남대와의 공동 연구로 발표됐다.

이우정 ETRI 위상절연체창의연구실장은 “이번 성과는 소재 성장부터 계면 제어까지 전 주기 기술을 확보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라며 “확보된 소재 기술과 초전도 공진기 기술을 결합해 1~4K에서 동작하는 경제적이고 실용적인 양자컴퓨팅 플랫폼 구현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원필 ETRI 인공지능창의연구소장은 “이번 성과는 양자컴퓨팅 냉각 기술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중요한 연구 결과”라며 “향후 양자컴퓨팅 기술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김영준 기자 kyj85@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