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로 막힌 이란, 버려진 탱크까지 동원해 '원유' 쌓아둔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고 있는 선박.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EPA 연합뉴스
파나마 운하를 통과하고 있는 선박.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EPA 연합뉴스

미국의 해상 봉쇄령으로 원유 수출길이 막힌 이란의 원유 재고가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 이에 당국은 '생산 중단'이라는 최악의 사태를 피하기 위해 방치했던 저장 탱크까지 동원하며 버티기에 돌입했다.

27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원유 분석업체 케이플러를 인용해 지난 13일 미군의 봉쇄 조치 이후 이란의 원유 및 콘덴세이트(초경질유) 선적량이 하루 평균 56만7000배럴 수준으로 폭락했다고 보도했다.

전쟁 전 수출량은 하루평균 200만 배럴에 달했다. 전쟁 이후 봉쇄가 이뤄지기 전인 4월 1일부터 13일까지 하루 평균 210만 배럴인 것과 비교하면, 봉쇄 이후 선적량은 약 70% 이상이 폭락했다. 사실상 수출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이 쾌속정을 타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나포하는 모습.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AP 연합뉴스
이란 혁명수비대(IRGC) 해군이 쾌속정을 타고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선박을 나포하는 모습. 기사와 직접적 연관 없음. 사진=AP 연합뉴스

이에 따라 이란 남부 아살루예 등 주요 석유 허브에서는 늘어나는 미판매 원유를 수용하기 위해 폐기 저장소와 노후 탱크, 임시 컨테이너까지 총동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란의 육상 저장 용량을 약 8600만~9500만배럴로 추산하고 있으나, 운영상의 제약과 안전 기준, 지리적 조건으로 인해 가용 공간이 한계치에 다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란 정부는 중국행 철도를 이용한 원유 수송까지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테헤란과 중국 이우 · 시안은 철도로 연결되어 있다. 철로 운송은 해상 운송에 비해 수송 기간이 짧지만 이마저도 수 주가 소요되는 데다, 비용이 많이 들기 때문에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에너지 정책 전문가인 에리카 다운스 콜롬비아 대학 교수는 “절박한 시기에 나온 절박한 조치”라고 평가했다.

이란이 저장 공간 부족에도 불구하고 생산을 멈추지 못하는 이유는 이후 발생할 후폭풍 때문이다. 노후 설비가 많은 이란 유정의 특성상 생산을 갑자기 중단하면 저압 유정의 지질학적 손상이 발생해, 향후 종전하더라도 생산 능력을 회복하지 못할 위험이 크다.

한편, 이란은 미국과 종전 협상과 관련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해 종전을 선언한 뒤 추후 핵 협상을 이어가자고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한국 시각으로 27일, 일본 유조선이 이란의 허가를 받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 정부는 협상을 통해 통행료를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