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임스 코미 전 미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86 47'로 배열한 조개껍데기 사진을 올렸다가 대통령 살해 위협으로 당국에 기소됐다.
29일(현지시간) CBS · BBC 등 외신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해 코미 전 국장이 인스타그램에 올린 게시물에서 비롯됐다. 당시 그는 조개껍데기를 이용해 모래사장 위에 '86 47'이라는 숫자를 형상화한 이미지를 게시했다.
검찰은 '86'이 '제거하다(get rid of)'는 뜻을 가진 속어이며, '47'은 제47대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암시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에 따라 코미 전 국장을 대통령에 대한 살해와 신체적 위해 위협, 대통령 살해 위협을 고의로 전달한 혐의 등 두 가지 혐의로 기소하겠다고 발표했다. 각 혐의에 대한 최대 형벌은 징역 10년이다.
당시 코미 전 국장은 논란이 확산하자 해당 게시물을 삭제했다. 이후 “해변을 걷다 찍은 완전히 무해한 사진이었을 뿐”이라며 “사람들이 이를 폭력과 연관 지을 줄 몰랐다. 어떤 폭력도 반대하기 때문에 게시물을 내렸다. 검찰의 기소는 정치적 동기에서 비롯됐다”고 반발했다.

코미 전 국장은 이번 기소에 대해 “나는 여전히 무죄”라며 자진 출석을 약속했다. 그는 “이것으로 끝이 나지는 않겠지만, 나는 두렵지 않다. 연방 사법부의 독립적인 판단을 믿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 전 국장에 대해 “부정직한 사람”이라며 “범죄에 대해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86'이라는 숫자를 알 것이다. 갱단은 그 용어를 '죽여라(kill)'라는 뜻으로 쓴다. 난 위협한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일부 법률 전문가와 국회의원은 이번 기소에 대해 의문을 드러냈다. 조지 부시 대통령이 임명한 전직 연방 검사이자 전직 미국 법무부 차관보였던 지미 구룰레는 “미국 형사 사법 제도에 대한 수치”라며 이번 기소를 강하게 비판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톰 틸리스 상원의원(공화당)은 “모래사장 위의 그림이 그 이상의 의미가 있길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시 너무 낮은 기준을 세워 결국 후회할 일을 만들게 될 것”이라고 봤다.
한편, 코미 전 국장은 지난 2016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인 이른바 '러시아 스캔들' 수사를 진두지휘한 인물이다. 그는 이후 회고록 등에서 당시 트럼프 대통령이 수사 중단 압력을 가했다고 폭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번째 임기 중 코미 전 국장을 해임하고, 그에 대한 기소를 거듭 촉구해 왔다.
서희원 기자 shw@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