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 전쟁에 비협조적인 독일을 겨냥해 주독미군 철수를 현실화하면서 독일 정부의 판단에 허점이 있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뉴욕타임스는 2일(현지시간) 독일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독미군 철수 위협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 결과적으로 계산 착오로 이어졌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가볍게 여겼던 낙관론이 결국 주독미군 감축이라는 결과로 되돌아왔다는 분석이다.
앞서 미국 국방부는 지난 1일 독일에 주둔한 미군 약 5000명을 향후 1년간 미국 본토와 세계 각지로 재배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는 전 세계 미군 배치 재검토의 일환으로 수개월 전부터 논의돼 왔으나, 발표 시점이 크게 앞당겨진 배경에는 독일의 이란 전쟁 비판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를 비롯한 독일 지도부는 그동안 주독미군 문제와 관련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공개적으로 우려를 표하지 않고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메르츠 총리는 지난 3월 방미 당시 주둔 유지 확약을 받았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독일 내부의 강도 높은 비판이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한 것으로 전해졌다. 메르츠 총리는 최근 자국 학생들과의 자리에서 미국의 대이란 전쟁을 두고 전략이 없다며 이란 협상가들이 미국에 굴욕을 안겼다고 비판했다. 라르스 클링바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하며 가세했다.
미국 국방부 관계자는 주독미군 감축 배경으로 이러한 발언과 함께 이란 전쟁에 대한 군사적 지원 요구에 독일이 응하지 않은 점을 지목했다. 독일은 유엔과 유럽연합 승인 등을 조건으로 내세우며 호르무즈 해협 기뢰 제거 지원 등 제한적인 역할만 제시해왔다.
독일 정부는 이번 발표에 대해 비교적 차분한 반응을 보였다.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국방장관은 유럽 내 미군 감축은 예상 가능한 흐름이라며 유럽이 안보에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고 밝혔다.
미국 내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공화당 소속 상·하원 군사위원장들은 공동 성명을 통해 유럽에서 미군 전방 배치를 조기에 축소하는 것은 러시아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전문가들은 이번 감축이 독일 안보에 치명적인 수준은 아니라고 평가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예측하기 어려운 정책 기조가 독일 외교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타임스는 독일 관료들을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향후 입장을 바꿀 가능성도 변수로 남아 있다고 전했다.
김명선기자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