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가전 및 정보기술(IT) 기기 인증 분야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해온 KES(한국전자시험연구소)가 '의료기기 인증'이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30년 넘게 인증 외길을 걸어온 김영래 대표는 “국내 의료기기 산업이 글로벌 시장으로 뻗어 나가는 데 KES의 전문성이 핵심적인 징검다리 역할을 할 것”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김영래 대표는 대한민국 전자파(EMI/EMC) 인증 제도의 기틀을 닦은 1세대 엔지니어 출신 경영인이다. 1990년대부터 국내 유수의 기업들을 대상으로 전자파 인증 실무와 강의를 하며 업력을 쌓았다. 이후 여러 글로벌 인증 기관과의 합작 법인 설립과 경영을 거치며 국제적인 안목을 쌓았다.
김 대표가 2008년 인수한 KES의 전신 '두루통상'은 당시 직원이 4명뿐인 영세한 규모였다. 하지만 김 대표는 포기하지 않고 여주에 전파 암실을 구축하는 등 기초 체력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그 결과 KES는 2011년 국제공인시험기관(KOLAS) 인정을 받고, 2018년에는 미국 UL WTDP로 지정돼 UL직원의 감독 하에 UL 시험인증을 할 수 있게 됐다. KES는 현재 외국계 자본이 잠식한 국내 인증 시장에서 흔치 않은 '순수 토종 인증기관' 중 가장 큰 규모로 성장했다.
KES의 도전에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KES가 새롭게 공략하는 분야는 전자의료기기다. 최근 의료기기는 사물인터넷(IoT), 5G 등 첨단 통신 기술과 결합하면서 전자파와 전기 안전 인증의 중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커졌다.
김 대표는 “의료기기 인증은 전자파, 전기 안전, 통신이라는 세 가지 기본 요소에 의료 분야 특유의 까다로운 규격이 더해진 정점”이라며 “우리가 가진 기술적 자산을 투입하기에 최적의 분야”라고 설명했다.
진입 장벽은 높았다. 국제공인시험기관(CBTL) 자격을 획득하기 위해 지난 3년간 막대한 투자를 이어갔다. 전문 인력을 미리 채용해 교육하고 고가의 장비를 갖췄지만, 첫 심사에서 전 품목 탈락이라는 고배를 마시기도 했다. 김 대표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1년간 전 직원이 매달려 다시 준비했다”며 “결국 작년 말 원했던 전 품목에 대해 CBTL 자격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뤘다”고 말했다. 특히 이번 지정에서 KES는 국내 신규 CBTL 지정 시험 기관중 최대 시험 범위해 확보했다. 의료기기 보조규격 총 5종과 개별 규격 24종을 인증할 수 있게 됐다. 그야말로 이례적인 일로 KES의 시험역량을 인정한 결과다.
그는 “국내 의료기기 업체들이 우수한 기술력을 보유하고도 복잡한 해외 인증 절차와 높은 비용 때문에 수출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김 대표는 KES의 역할이 바로 이 지점에 있다고 강조한다.
김 대표는 “의료기기는 국내 시장만 보고 개발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국제 상호 인정 제도인 CB 인증을 KES에서 한 번에 해결할 수 있게 됨으로써, 국내 인증은 '덤'으로 따라오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헸다. 국내 기업들이 KES를 통해 국제 규격에 맞는 시험을 치르면, 해외 시장 진출 시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KES는 지난달 30일 안양 본사에서 의료기기 시험소 개설을 기념하는 현판식을 열었다. 거창한 외부 행사 대신 고생한 직원들과 조용히 기쁨을 나눴다. 김 대표는 “우리는 천천히 가더라도 직원, 회사, 고객이 모두 행복한 회사를 지향한다”며 “국내 의료기기 산업의 해외 진출을 돕는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 '인증 보국'의 꿈을 실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경민 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