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남 창원시 성산구에 위치한 제너럴 모터스(GM) 한국사업장 창원 공장. 1991년 대한민국 최초의 경차 '티코'를 생산하며 한국 경차 시대를 열었던 이곳은 현재 연간 28만 대 생산 능력을 갖춘 글로벌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의 전략적 허브로 완전히 탈바꿈해 있었다.
73만 1000㎡ 부지에 들어선 창원 공장은 약 3500명 임직원이 근무하며 지역 경제의 심장 역할을 하고 있다. 이곳은 현재 수출 1위 효자 차종인 쉐보레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전담 생산하며 95%가 넘는 높은 가동률을 기록 중이다.
차체 공장은 627대 노란색 산업 로봇이 사람의 도움 없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첨단 자동화의 각축장'이었다. 공장 개장 당시 605대였던 로봇은 증가하는 수출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지난 해 8월 22대가 추가 도입됐다.
공장 내부에 들어서자 매캐한 용접 냄새와 함께 로봇 팔들이 쉴 새 없이 불꽃을 튀기며 차체를 조립하고 있었다. 창원 공장의 용접 공정은 100% 자동화가 이뤄져 사고율을 낮추고 생산 효율을 극대화했다.
철판을 찍어 차체 부품을 만드는 스탬핑 공장은 효율과 유연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5250톤급 프레스 설비를 통해 기계가 한 번 움직일 때마다 부품 4개를 동시에 찍어낼 수 있어 생산 속도를 높였다.

여기에 정밀 카메라로 공정을 실시간 확인하는 '비전 시스템'과 가볍고 튼튼한 탄소 섬유 소재를 장비 부품에 활용한 '카본 T-빔' 기술을 도입했다. 이를 통해 기계의 움직임은 더욱 빠르고 정교해졌으며, 소형차부터 대형차까지 차종에 관계없이 부품을 자유자재로 생산할 수 있는 유연한 시스템을 완성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빈 피킹(bin picking)' 기술이다. 3차원(3D) 비전 카메라와 로봇이 무작위로 쌓여 있는 부품을 인식해 정확히 집어 올려 공정에 투입하는 기술로, 고도의 정밀함이 요구되는 작업이다. 바닥에는 30여 대의 무인전동로봇 자동안내카트(AGC)가 자재를 싣고 정해진 경로를 따라 분주히 오가며 지게차의 빈자리를 대신하고 있었다.
조립 공장은 글로벌 GM 공장 최초로 전체 공정에 '오류방지시스템'을 도입해 품질 무결점에 도전하고 있었다. 작업 현장에서는 차량의 높낮이를 작업자의 키에 맞춰 자동으로 조절하는 수직 조정 캐리어(VAC) 시스템이 가동 중이었다.
이를 통해 작업자의 근골격계 질환을 예방하고 공정 효율을 높였다는 것이 현장 관계자의 설명이다. 타이어 장착 공정 역시 로봇이 무빙 라인 위에서 자동으로 휠을 체결하는 시스템을 갖춰 100% 자동화를 구현했다.

이튿날 찾은 마산가포신항은 창원에서 생산된 트랙스 크로스오버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수출 관문'이었다. 거대한 자동차 운반선 앞으로 선적을 기다리는 수 천 대의 차량이 빽빽하게 늘어선 모습은 장관을 이뤘다.
선적하는 모습은 역동적이었다. 오렌지색 안전 조끼를 입은 현장 요원의 절도 있는 수신호에 따라, 갓 생산된 트랙스 크로스오버들이 줄을 지어 거대한 자동차 운반선을 향해 전진했다.
흐린 하늘 아래에서도 다양한 색상의 차량들이 매끄러운 곡선을 뽐내며 이동하는 모습은 창원 공장의 활기가 수출로 이어지는 순간을 보여줬다. 선박 내부로 빨려 들어가는 차량들의 행렬은 마치 거대한 기계 장치가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는 듯한 질서 정연함을 자아냈다.
GM 창원 공장의 생산 호조는 신항의 활기로 직결되고 있다. 과거 자동차와 벌크 화물 비중이 6대 4였던 마산가포신항은 현재 자동차 물량 비중이 90%를 넘어설 정도로 성격이 변했다.
조흥제 마산가포신항 운영본부장은 “2016년 10만 대 수준이던 선적량이 올해 30만 대까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GM의 수출 물량 확대로 약 600명의 지역 고용 창출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한국GM은 창원과 부평 공장을 중심으로 2026년 4월 기준 소형 SUV 누적 생산 200만 대를 달성하며 글로벌 시장에서의 입지를 공고히 했다. 특히 2025년 미국 소형 SUV 시장에서 43%의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이런 성과를 이어가기 위해 GM은 약 8800억원 규모의 신규 투자를 통해 공장 성능 향상과 설비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아시프 카트리 GM 해외사업부문 생산 총괄 부사장은 “창원 공장은 GM 글로벌 네트워크 내 소형 SUV 전략 허브로 자리 잡았다”며 한국 사업장의 경쟁력을 높이 평가했다.
35년의 역사를 가진 창원 공장은 이제 단순한 생산 기지를 넘어 첨단 기술과 지역 경제가 어우러진 글로벌 모빌리티의 핵심 거점으로 진화하고 있다.
함봉균 기자 hbkon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