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싱가포르·홍콩에 밀렸다…암참 “삼성전자 파업 글로벌 공급망·투자 신뢰 흔들 것”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암참) 회장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AMCHAM, 암참) 회장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가 삼성전자 노사 갈등과 파업 가능성이 글로벌 공급망 안정성과 한국 장기 투자 경쟁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사실상 노조에 대한 '파업 자제 촉구' 메시지로 해석된다.

암참은 11일 발표한 '2026 국내경영환경 설문조사'에서 한국 아·태 지역본부 선호도가 싱가포르와 홍콩에 밀려 3위에 그쳤다고 밝혔다. 노동 불확실성이 외국 기업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다.

특히 인공지능(AI) 관련 컴퓨팅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파업 등으로 운영 차질이 발생할 경우 공급 병목 현상과 가격 변동성 확대, 조달 안정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MS, 메타, 구글, 애플, 아마존, 오라클, 퀄컴, 델, HP, IBM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은 데이터센터·스마트폰·PC·서버·AI 가속기 등 핵심 사업 영역에서 D램, 낸드플래시,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메모리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만큼, 노조 파업으로 한국발 공급망 충격이 발생할 경우 영향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이다.

이같은 우려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암참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지역본부 유치 경쟁력을 저해하는 핵심 정책 요인으로 노동정책 및 노동시장 유연성이 71%로 1위를 차지했다.

응답 기업 42.2%는 투자 계획을 소폭 또는 대폭 확대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으나, 46.9%는 현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답해 투자 확대에 유보적 태도를 보였다.

현재 한국 이외 지역에 지역본부를 두고 대체 입지를 검토 중인 기업은 25%에 달했으며, 한국 내 지역본부를 두고 있으나 이전을 검토 중인 기업도 1.8%로 집계됐다. 운영 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질 경우 글로벌 기업들의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이 빨라지고, 경쟁국이 반사이익을 얻을 가능성도 거론된다.

제임스 김 암참 회장 겸 대표이사는 “글로벌 기준에 부합하는 안정적이고 예측 가능한 경영환경 조성이 한국이 아·태 핵심 투자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 제조 경쟁력과 기술 리더십, 우수한 인재 기반이라는 강점을 갖추고 있는 만큼 공급망 신뢰성과 운영 안정성을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삼성전자 노사는 11일과 12일 이틀간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사후조정 절차에 돌입했다.사후조정은 조정이 종료된 이후 노동쟁의 해결을 위해 노사 동의아래 다시 실시하는 조정이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중재자 역할을 맡아 교섭을 진행한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11일 삼성전자 노사가 중앙노동위원회 사후조정 절차에 돌입한 데 대해 “삼성전자 노사가 기술로써 세계 일류 기업을 일궜듯이 노사관계에도 새로운 모범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삼성전자가 '또 하나의 가족, 삼성'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노사 모두 사회적 책임감을 가지고 조정에 임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어 “우리 노사관계가 각자의 이익 추구를 넘어 상생의 노사관계를 구축할 수 있도록 이 사안을 계기로 기업의 바람직한 성과 공유와 분배에 관한 사회적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지길 바라며 정부도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