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최근 급등한 반도체주 랠리의 주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이 희토류 공급망 확보를 위해 중국에 첨단 반도체 장비 접근을 일부 허용할 경우 장기적으로 반도체 가격이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11일(현지시간) 투자전문매체 배런스에 따르면 글로벌 거시경제·투자 리서치 업체 가브칼리서치의 루이-뱅상 가브 최고경영자(CEO)는 보고서에서 “투자자들은 반도체 업종에 대해 보다 신중해질 필요가 있다”며 이번 미중 정상회담을 핵심 변수로 지목했다.
가브칼리서치는 프랑스 출신 투자전략가 샤를 가브가 공동 창립한 독립 리서치 회사로, 글로벌 자산운용사와 헤지펀드 등을 상대로 거시경제와 지정학 분석을 제공하는 곳이다. 특히 중국 경제와 글로벌 공급망, 원자재 시장 분석에 강점을 가진 기관으로 알려져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은 오는 14~15일 중국에서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가브 CEO는 미국은 희토류 비축 확대가 필요하고, 중국은 첨단 반도체 제조장비 구매 제한 완화를 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은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제한돼 있다.
그는 “희토류와 ASML 노광장비를 맞바꾸는 거래가 성사될 경우 장기적으로 반도체 가격 하락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중국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이 확대되면 TSMC와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 기존 선도업체들의 가격 결정력이 약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증시 상승세를 주도했던 인텔과 마이크론 등 반도체주 역시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가브 CEO는 이란 전쟁이 중동 지역 데이터센터 투자 자금 조달에 부담을 줄 수 있고,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주요국 중앙은행의 금리 인하도 지연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모든 강세장과 마찬가지로 시장 규모가 커질수록 상승세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자본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반도체주는 1분기 실적 시즌에서 인공지능(AI) 수요가 여전히 견조하다는 점이 확인되면서 급등세를 이어왔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지난주 2000년 닷컴버블 이후 최대 수준의 25거래일 상승률을 기록했다.
다만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최근의 급등세가 장기간 이어지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경계론도 내놓고 있다.
반면 가브 CEO는 긍정적인 요인도 있다고 평가했다. 그는 “반도체 기업들이 주당순이익(EPS) 전망치를 계속 상향 조정하고 있고, 투자자들이 이란 전쟁 종식 가능성에도 기대를 걸고 있는 만큼 랠리가 당분간 더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