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과학기술원(GIST·총장 임기철)은 방우석 물리·광과학과 교수팀이 고체와 같은 높은 밀도를 유지한 채 물질을 최적의 방식으로 가열할 수 있는 이온빔 에너지 분포 역설계 방법을 제시했다고 13일 밝혔다.
고에너지 이온빔은 전하를 띤 이온을 빠르게 가속해 만든 입자선으로, 물질 내부에 직접 에너지를 전달할 수 있다. 이를 이용하면 나노초(㎱) 이하의 매우 짧은 시간 안에 고체와 같은 높은 밀도를 유지한 채 고체의 녹는점을 훨씬 넘어서는 고온 상태(수만 켈빈(K) 수준)를 구현할 수 있다.
이렇게 생성되는 극한 상태가 바로 따뜻한 고밀도 물질(WDM)로 고체와 플라즈마의 중간 영역에 해당하는 물질 상태다. 이는 행성 내부 환경이나 핵융합 연료 상태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연구 대상이다.
하지만 기존 이온빔 가열 방식은 이온 에너지에 따라 물질 내부에서 멈추는 깊이가 달라지는 특성 때문에 시료를 균일하게 가열하기 어려웠다. 특히 브래그 피크(Bragg peak) 현상으로 인해 에너지가 특정 깊이에 집중되면서 시료 내부의 온도 분포가 불균일해지는 문제가 발생한다. 반대로 이온 에너지를 매우 높이면 가열의 균일성은 개선될 수 있지만, 많은 이온이 시료를 통과해 빠져나가면서 에너지 전달 효율이 낮아지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가열의 균일성과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만족하는 이온 에너지 분포를 설계하는 것이 핵심 과제였다.
연구팀은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원하는 가열 조건을 먼저 설정한 뒤 그 조건을 만족하는 이온 에너지 분포를 역으로 계산하는 역설계 방법을 제시했다. 역설계 방법은 원하는 가열 조건을 먼저 설정한 뒤, 그에 맞는 이온빔 조건을 계산으로 직접 설계할 수 있는 기술이다. 반복적인 시행착오 없이 목표 열 분포를 구현할 수 있어 실용성과 파급력이 클 것으로 기대한다.

이번 연구는 물질 내부를 초고온·고밀도 상태로 만들면서 원하는 깊이와 균일도를 정밀하게 제어해야 하는 고에너지밀도 물리 및 극한 상태 물질 연구에 유용한 기반을 제공한다. 입자선 치료와 레이저 핵융합 연료 가열처럼 특정 깊이에 에너지를 전달하면서 손실을 최소화해야 하는 응용 분야에도 활용할 수 있다.
방우석 교수는 “원하는 가열 분포를 먼저 정하고, 이를 구현하는 최적의 이온 에너지 분포를 계산적으로 설계할 수 있음을 보여준 것”이라며 “균일성과 효율을 동시에 만족하는 이온빔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고체 밀도를 유지한 극한 상태 물질의 정밀 가열이 필요한 다양한 연구와 응용 분야에서 폭넓게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광주=김한식 기자 hski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