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노사가 13일 새벽 사후조정 합의에 실패, 총파업이 현실로 닥쳤다.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반도체 생산 차질은 물론 고객 이탈과 공급망 훼손 등 중장기 피해가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JP모건은 파업 장기화 시 삼성전자 연간 영업이익이 40조원 이상 감소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최악 시나리오로 올해 기준 분기 이익 규모 전체가 증발할 수 있다는 의미다.
타격은 수치에 그치지 않는다.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주도권 경쟁이 격화된 시점에 발생한 생산 차질은 주요 고객사 신뢰도와 납기 일정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 엔비디아 등에 공급하는 물량이 지연되면 경쟁사나 중국으로 수요 이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삼성전자가 HBM 기술 경쟁력 회복으로 차세대 메모리 분야 주도권을 확보한 상황에서 파업은 최악의 타이밍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삼성전자 사측은 사후조정 결렬 직후 “노사 간 대화 의지는 변함없으며 합리적 해결책을 찾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면, 최승호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장은 “(조정은) 끝났다. 위법쟁의 금지 가처분이 남아있기 때문에 그 부분을 좀 더 신경쓰려 한다”며 더 이상 협상에 나서지 않을 것을 시사했다.
청와대와 정부도 삼성전자 총파업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대화를 통한 타협을 지원할 것임을 시사했다.
청와대는 13일 삼성전자 노사 간 성과급 협상 결렬로 총파업이 현실화한 것과 관련해 “파업 예고일 전까지 노사가 대화로 해결할 수 있도록 정부는 적극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날 “국민 경제에 미치는 파급 효과 중대성을 고려해 정부 차원에서 상황을 면밀히 관리해 나가야 한다”며 “어떠한 경우에도 파업으로 이어지지 않게끔 노사 간 대화가 지속 이루어지도록 적극 지원해야 한다”고 관계 부처에 당부했다.
반도체 산업이 한국 수출 20% 안팎을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노동조합법에 따른 예외적 조정 절차에 나서야 할 단계라는 진단이 나온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즉시 30일간 파업 등 일체 쟁의행위를 중단해야 한다.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 조정 절차 착수해 30일간 노사는 협상을 재개해야 한다.
반도체 소재·장비·부품 등 관련 업계 불안도 고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세계 D램 시장 약 40%를 점유한 최대 공급자다. 생산 차질이 발생하면 국내 반도체 생태계 훼손은 물론,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전반에 파급 효과가 미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 파업 장기화는 단순한 노사 문제를 넘어 국내 반도체 산업 글로벌 경쟁력 문제로 직결된다”고 우려했다.
증권가도 긴장감이 역력하다. 증권사들은 21일 이전까지 타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삼성전자 실적 추정치 하향 조정과 목표주가 재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