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가 노조 총 파업을 일주일 앞두고 반도체 생산 비상관리 체제에 돌입했다.
삼성전자는 14일부터 생산라인 초입에 투입하는 신규 웨이퍼 수량을 제한하고,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부가가치 제품과 최첨단 선단 공정 위주로 제품 믹스를 재편하는 사전 조치를 시작했다.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직간접 손실이 최대 1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가운데, 재계는 정부의 긴급조정권 발동을 촉구하고 나섰다.
삼성전자가 파업 개시 이전부터 생산량과 품질 관리를 선제적으로 조정하는 까닭은 피해를 최소화 하기 위해서다. 품질 이슈가 발생하면 글로벌 공급망에 연쇄 차질을 빚어 공급량 감소 못지않은 타격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삼성그룹 초기업 노동조합 삼성전자 지부에 따르면 파업 신청자는 4만3286명을 넘었다. 4만명 이상이 실제 파업에 돌입하면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 사실상 셧다운 상태에 빠질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동원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보고서에서 “파업이 18일간 지속될 경우 종료 이후에도 자동화 라인 재가동과 정상화에 2~3주가 추가로 소요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사전 예비작업과 사후 안정화 기간까지 합산하면 한 달 이상 생산 차질이 불가피하다는 의미다.
24시간 연속 가동을 전제로 설계된 반도체 공정 특성상, 라인 중단은 천문학적 손실로 이어진다. 2018년 평택 공장 정전 당시 단 28분 가동 중단에 약 500억원 손실이 발생했다. 이를 환산하면 시간당 약 1071억원, 하루 약 2조6000억원 규모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경제학부 교수는 “공장 가동 중단 시 분당 수십억원, 일 1조원 수준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파이낸셜타임스(FT)를 통해 “18일간 파업으로 삼성전자가 10조~17조원 직접 손실을 입을 것이며, 간접 피해는 더 클 것”이라고 경고했다.
전문가들이 주목하는 것은 '보이지 않는 비용'이다. 송 교수는 신뢰 자산 소멸, 전환비용에 따른 영구적 시장 상실, AI 반도체 패권 경쟁기의 기회비용 손실, 핵심 인재 이탈, 코리아 디스카운트 심화 등 다섯 가지를 핵심 리스크로 꼽았다.
그는 “글로벌 빅테크 고객사가 대체 공급선 검토에 나설 경우, 공정 검증에 막대한 비용과 시간이 드는 반도체 산업 특성상 한 번 이탈한 고객은 다시 돌아오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거시경제 파급도 크다. 반도체가 한국 수출 약 35%를 차지하는 만큼 국가 재정과 세수에도 직격탄이 예상되며, 1754개 소재·부품·장비 협력사 전반에 가동률 하락과 고용 감소가 연쇄 확산될 전망이다.
중국 메모리 업체들이 반사 이익을 누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엔비디아·AMD·구글·메타 등 빅테크 AI 인프라 투자 기조가 여전해, 공급 공백이 장기화할수록 대체 공급망 확보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체 후보로 CXMT(창신메모리)와 YMTC(양쯔메모리)가 거론된다. 중장기적으로 중국 반도체 굴기가 한 단계 가속화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계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76조에 근거한 긴급조정권 즉각 발동을 촉구하고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30일간 모든 쟁의행위가 중단되고 중앙노동위원회가 직권 조정에 착수한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에는 파업 시작 이후 발동했지만, 반도체는 업의 특성상 파업 이전에, 그것도 한시라도 빨리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사 자율 협의 원칙을 존중하되, 국가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을 감안할 때 법적 장치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