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와 동급” 트럼프에 굴욕 안긴 시진핑…곧바로 푸틴 만나 '힘의 중국' 과시

美中 정상회담 끝나자마자 푸틴 20일 中 베이징 찾아
트럼프(오른쪽)와 푸틴. 사진=연합뉴스
트럼프(오른쪽)와 푸틴. 사진=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방중 이후 중국이 곧바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까지 베이징으로 불러들이면서, 중국의 달라진 국제적 위상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뚜렷한 성과 없이 돌아섰다는 평가가 나오는 가운데, 중국은 미·러 정상을 잇달아 상대하며 글로벌 외교의 중심축으로 존재감을 키우는 모습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9년 만에 중국에서 다시 성사된 미·중 정상 대면이었다. 회담 분위기부터 과거와는 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종일관 절제된 태도를 보인 반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보다 단호한 메시지를 내놨다.

특히 이란 전쟁 장기화로 부담이 커진 트럼프 대통령은 회담 초반부터 다소 수세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기를 원한다. 그곳 상황은 미쳤고 좋지 않다. 용납할 수 없다. 핵무기는 절대 안 된다”고 강조하며 중국의 협조를 요청했다.

반면 시 주석은 공개적으로 대만 문제를 꺼내며 미국을 압박했다. 그는 “건설적이고 전략적인 새로운 관계를 구축했다”며 “이번 방문은 중요한 이정표가 됐고 많은 합의를 만들어냈다”고 말했다.

중국이 강조한 이른바 '건설적인 전략적 안정 관계'는 사실상 미국과 대등한 위치에 섰다는 선언으로 해석된다. 중국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전쟁 와중에도 직접 베이징을 찾았다는 사실 자체를 외교적 성과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기대했던 실질적 성과는 제한적이었다. 중국은 이란 문제에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이란산 원유 수입은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공동 기자회견도, 공동 선언문도 없이 마무리된 이번 회담을 두고 외교가에서는 “빈손 귀국”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즐기지 않던 와인까지 마시며 분위기를 조율했지만 실속은 크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푸틴 대통령은 오는 20일 하루 일정으로 중국을 방문할 예정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와 러시아 타스통신 등에 따르면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방중 준비가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이번 방문은 대규모 행사 없이 실무 중심 일정이 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중국이 한 달 안에 미·러 정상을 잇달아 양자 정상회담 형식으로 맞이하는 것은 처음으로, 그 상징성은 상당하다는 평가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중동 긴장이 동시에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은 미국과 러시아 모두를 상대하며 국제 질서 재편의 핵심 중재자로 자리매김하려 하고 있다.

윌리엄 클라인 전 미 국무부 중국담당 국장 대행은 미국 ABC 인터뷰에서 “미·중 간 불신과 경쟁은 과거보다 깊어졌고, 중국은 이전보다 더 많은 지렛대를 가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오는 23일부터는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 중재국인 파키스탄의 셰바즈 샤리프 총리도 중국을 방문한다. 중동 문제와 에너지 협력이 주요 의제가 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이 미·러·중동을 동시에 연결하는 외교 무대의 중심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방중은 오히려 중국의 달라진 위상을 확인시켜준 계기가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상목 기자 mrlsm@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