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백악관·軍 내부 기밀로 돈벌이?”…美 '예측시장 내부자 베팅' 수사 확산

이란·베네수엘라 군사 정보 활용 의혹…미군 배우자·정치권까지 조사
“트럼프 발언 직전 석유 선물 급증”…미 법무부·상품선물거래위원회 전방위 추적
마두로 체포 작전 관련 기밀 정보를 이용해 예측시장에 베팅한 혐의로 기소된 미군. 사진=연합뉴스
마두로 체포 작전 관련 기밀 정보를 이용해 예측시장에 베팅한 혐의로 기소된 미군. 사진=연합뉴스

미국 정치권과 군 내부의 미공개 정보를 활용한 베팅 의혹이 잇따르면서 미 사법·규제당국이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최근 특정 정치·사회 사건 결과를 예측해 돈을 거는 예측시장 플랫폼이 급성장하면서 정부 핵심 정보 접근자들의 내부 정보 악용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 플랫폼인 칼시와 폴리마켓에서는 이란과 베네수엘라 관련 정치·군사 이벤트를 둘러싼 베팅 거래가 급증했고, 이에 따라 미국 법무부와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최근 수개월 동안 두 업체에 여러 차례 자료 제출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칼시 내부 조사팀은 미군 관계자 배우자들이 공개되지 않은 군사 정보를 이용해 예측시장에 베팅했는지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당국은 실제 금융시장 거래 과정에서 정보 유출이 있었는지도 함께 조사 중이다.

검찰과 규제당국은 지난 3월 23일 발생한 국제 유가 선물 거래 급증 사례도 추적하고 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란 발전소 공격 보류 방침을 공개하기 직전 석유 선물 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늘었고, 이후 국제 유가는 급락하고 주가는 급등했다.

당국은 관련 정보가 사전에 유출됐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실제로 백악관은 사건 다음 날 직원들에게 직위를 이용한 선물시장 투기 행위를 자제하라고 경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에는 베네수엘라의 니콜라스 마두로 전 대통령 축출 작전 관련 정보를 활용해 폴리마켓에서 약 40만달러의 수익을 올린 혐의로 미군 관계자가 체포되기도 했다.

데이비드 밀러 상품선물거래위원회 집행 책임자는 최근 한 대학 강연에서 “현재 진행 중인 사건은 이것만이 아니다”라며 “향후 추가 소송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예측시장에서 심각한 문제가 나타나고 있으며 이는 시장 신뢰와 건전성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플랫폼 업체들도 자체 조사에 나서고 있다. 칼시는 올해 초 자체적으로 200여건을 조사해 일부 사례를 사법당국에 넘겼으며, 지난달에는 자신이 출마한 선거구 결과에 직접 베팅한 하원의원 후보 3명에게 벌금을 부과하고 계정을 정지했다.

폴리마켓 역시 블록체인 거래 추적을 통해 의심스러운 전자지갑 약 100개를 파악해 당국에 신고했다고 밝혔다.

다만 실제 처벌까지 이어지기에는 법적 한계도 적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존 내부자 거래 관련 법률은 주식시장을 중심으로 설계돼 있어 정치·군사 이벤트를 대상으로 한 예측시장 베팅에는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기록 관리 미비 문제도 제기됐다. 제이 클레이튼 뉴욕 남부연방지검장은 최근 한 헤지펀드 행사에서 예측시장 플랫폼들이 불법 행위 연루 이용자 추적에 필요한 기록을 제대로 보관하지 않고 있다고 공개 비판했다.

특히 미국 밖에 본사를 둔 폴리마켓은 공식적으로 미국인 접속이 차단돼 있지만 상당수 이용자가 가상사설망(VPN)을 통해 우회 접속하고 있어 규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WSJ은 전했다.

미 상원은 지난달 의원들의 예측시장 거래를 금지했지만, 대부분 연방기관에는 여전히 관련 거래를 명확히 제한하거나 처벌하는 규정이 없는 상태다.

김명선기자 km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