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20년의 기다림…사진진흥법 통과

마침내 열린 사진산업의 미래

강종진 전 한국사진산업진흥법 추진위원장
강종진 전 한국사진산업진흥법 추진위원장

2005년 사진학 전공 후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던 나는 '사진진흥원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스마트폰 카메라는 사진 개념 자체를 바꿨고 사진은 더 이상 전문가 영역이 아니었다. 사진가와 사진전공자의 미래는 불안했다. 이후 사진산업화와 진흥기관 설립에 법이 필요했기에 목표를 '사진진흥법 제정'으로 바꿨다.

2015년 박맹우 국회의원을 찾아 설득해 사진진흥법 대표 발의를 이끌어 냈지만 결국 법안은 회기 종료로 자동 폐기됐고, 그 뒤에도 설득과 수정, 재발의 등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한국프로사진협회는 전국 회원들의 뜻을 모아 사진진흥법추진위원회를 구성하고 역대 회장과 추진위원들은 혼신을 다해 법제정을 위해 헌신했다.

그리고 20년의 기다림 끝에 드디어 사진진흥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 법은 단순히 하나의 직능단체 지원을 넘어 사진을 미래산업 관점에서, 국가 정책 영역 안으로 편입했다는 데 그 의미가 있다.

사진은 예술이다. 동시에 과학이고 기술이며 산업이다.

현재 사진은 드론촬영, 3D입체영상,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메타버스, 디지털트윈, 생성형 인공지능(AI)까지 거의 모든 첨단산업과 연결된다. 단순 기록물을 넘어 데이터로, 콘텐츠로 공간과 산업을 재현하는 요소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 사진이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사진전공자의 활동 영역은 오히려 크게 줄었다. 이유는 분명하다. 기술이 대중화되면서 누구나 사진을 만들 수 있어서다. 더 본질적 이유는 사진계 스스로 변화의 속도를 따라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많은 사진인이 여전히 '사진 자체'에만 머물러 기술융합과 산업화, 사업모델 창조에 대한 도전이 부족한 실정이다.

사진진흥법은 이 같은 구조를 바꾸는 출발점이다. 이제 사진을 촬영 기술이 아닌 AI·XR·로봇·공간컴퓨팅·콘텐츠 분야와 융합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핵심 기반 기술로 재정의할 시점이다.

이에 사진진흥법으로 실질적 성과를 만들기 위한 몇 가지 방향을 제안한다.

첫째, 국가 차원의 사진산업 연구개발(R&D) 체계를 구축하자. AI 이미지 생성, 디지털 아카이브, 공간영상 데이터, XR 콘텐츠, 디지털 휴먼, 실감형 시각기술 등 미래산업과 연결되는 사진기술 연구에 적극 지원이 필요하다.

둘째, 사진 기반 창업생태계를 조성하다. 사진학과 졸업생이 스튜디오 창업에만 머무는 시대는 끝났다. AI콘텐츠, 메타버스 공간제작, 드론영상, 문화관광 데이터 구축, 디지털트윈, 커머스 콘텐츠 등 새로운 산업영역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창업보육과 실증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사진인 역할을 산업전문가로 확장하자. 건축, 의료, 제조, 국방, 문화재, 관광, 교육 등 거의 모든 산업에서 이미지 데이터 활용이 폭발적으로 증가한다. 사진인은 단순 촬영자가 아니라 데이터 수집자이자 시각정보 설계자로 진화해야 한다.

넷째, 글로벌 K사진 전략을 추진하자. K팝과 K콘텐츠가 세계를 움직이는 시대다. 사진문화와 사진기술, AI 기반 시각콘텐츠산업까지 통합한 새로운 K사진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자. 단순 예술 지원이 아니라 국가 미래산업 차원의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다섯째, 한국사진진흥원 설립이다. 법을 만들었으니 다음 단계는 실행기관이다. 한국사진진흥원은 사진 연구개발·산업지원·교육·창업·국제교류를 통합 수행하는 사진산업 육성 플랫폼이다.

이제 시작이다. 사진진흥법은 사진인을 보호하는 법이 아니다. 사진으로 미래산업을 창조하기 위한 법이다. 사진인 또한 서로의 작은 영역을 지키기 위해 경쟁할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술과 산업적 가치를 발견하고 미래 시장을 개척하는 데 힘을 모아야 한다.

사진산업 육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독립 법률은 세계적으로도 매우 드문 사례다. 어쩌면 대한민국이 사실상 최초일지 모른다. 사진을 찍는 나라에서 사진으로 미래 시각산업을 설계하는 나라, 대한민국이 세계 사진산업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 낼 기회다.

강종진 전 사진산업진흥법제정위원회 위원장 jongjean@naver.com